올해 CES 화두는 'AI'…모빌리티·로봇·스마트홈 아우르는 잠재력
韓, HW+'AI 훈풍'으로 수혜 노리지만 차세대 '신흥 강자' 기술력도 포착돼
만만치 않은 美·中 공세…韓, 과거 영광 벗고 초심으로 승부해야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 2024'는 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 산업 수요가 얼마나 광대하고도 폭발적일지 가늠케 하는 자리였다. 내로라하는 유수의 기업들이 칼 갈고 만든 신제품·기술은 모빌리티,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전 영역을 망라했다.
국내 기업도 AI를 정조준한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갖춘 TV, 가전, 모바일, 로봇 신제품을 선보였고 삼성SDS는 자사의 생성형 AI 솔루션 패브릭스와 브리티 코파일럿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전용 AI 프로세서를 탑재한 TV를,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을 정조준한 차세대 반도체 라인업을 내놓으며 자사 기술력을 과시했다.
매해 새로운 생활가전·TV로 독보적인 하드웨어(HW) 기술을 선보인 한국 기업들은 다가올 AI 시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AI를 잘 구현할 자체 역량을 개발하고 있는 데다, 이를 실행할 전용 하드웨어 기술은 이미 갖춰놓았으니 더할나위 없는 기회라는 것이다.
실제로 AI와 융합해 우리 업체들이 글로벌 무대에 선보인 모빌리티,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등은 혁신적이다. 무인·자율화, 디지털 공간, 차량 내 경험을 아우르는 다양한 콘셉트는 글로벌 전역이 코리아 마크로 뒤덮일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갖게 한다.
이런 청사진을 우리나라만 제시했다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4000개가 넘게 미국을 찾은 기업들은 그저 들러리로 온 것이 아니다. 특히 AI 시장을 정조준한 중국의 공세는 혀를 내두를 만큼 거세다.
중국 업체는 전체 참가 업체의 25%를 차지한다. 단순히 덩치만 늘린 것이 아니라 기술력도 갖췄다. 삼성·LG전자가 반려 로봇 '볼리', 'AI 에이전트'를 선보인것처럼 중국 베이징커이테크놀로지는'루나'를 공개했다. 생성형 AI를 적용해 사람과 상호 작용하고,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중국 웨어러블 헬스케어 스타트업 유메옥스는 건강 데이터 수집 기술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결합한 반지 형태의 기기 '엑스링'을 선보였다. 증강현실 글래스 제조사 엑스리얼은 AR(증강현실) 스마트안경 '에어2 울트라'를 공개했다. 가격은 699 달러로 애플 비전 프로(3499 달러)의 4분의 1 가격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기업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고, 정부가 각종 제도로 이를 지원 사격하면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특히 미·중 패권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이전 보다 영리하고도 예리하게 침투하는 모습이다. 최다 참가국인 미국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이 자사 기술력을 앞세워 AI 플랫폼/기기 등을 내세우며 만만치 않은 경쟁을 예고했다.
전 세대, 전 분야를 걸쳐 무섭게 파고들고 있는 AI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각국은 시장 선점을 위해 그야말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 테슬라가 신흥 강자로 발돋움했던 것 보다 더 큰 폭발력이다. 전체 산업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AI는 이 보다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는 것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의 관념을 벗어던지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AI 시대라는 신패러다임은 이전에 전혀 존재감이 없던 신흥 강자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는 우리가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등에서 선두를 달려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안일함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기업들 중 그 누구도 추격자가 아니며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심기일전해 반드시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목표를 새겨야 한다. 소리 없는 총성이 오간 CES 무대를 통해 'AI 기술 전쟁'은 본격화됐다. 곧 다가올 'AI 시대'에서는 테슬라처럼 더욱 혁신적이고 더욱 간절한 자가 과실을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