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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되기 어렵네" 희망퇴직 축소에 채용門 '바늘구멍'


입력 2024.09.27 16:04 수정 2024.09.27 17:30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줄어든 신입 공채…전년比 30%↓

이자 장사 논란發 희망퇴직 축소 탓

"일자리 창출 소극적" 비판 목소리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이 새로 뽑은 직원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800명 가까이 줄어들면서 올해 2000명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은행들이 잇따라 희망퇴직금을 축소하면서, 지난해 자리를 떠난 선배 행원이 적어진 영향이다. 희망퇴직의 위축이 은행권 채용문을 더욱 바늘구멍으로 만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의 올해 채용 인원은 총 1735명으로 지난해보다 30.9%(775명) 감소했다.


은행권이 하반기 채용 소식을 전하자 전년보다 줄어든 채용 규모에 은행권 구직자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200여명의 신규 채용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와 합쳐 올해 연간 300명을 채용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28% 감소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100명, 하반기 130명 등 총 230명으로 지난해(500명)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18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는 210명을 채용할 예정으로 지난해보다 22% 감소했고, 하나은행은 상반기 150명, 하반기 200명 등 1년 전보다 20% 넘게 규모가 축소됐다. 농협은행은 이중 유일하게 채용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에는 상반기 480명, 하반기 150명 등 630명을 선발한 반면 올 상반기에는 530명을 채용, 이날부터 진행되는 하반기 채용에서는 총 580명 규모를 채용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채용 규모 축소의 이유 중 하나로 희망퇴직 감소를 꼽고 있다. 통상 은행권에서는 희망퇴직 시 최장 39개월치까지 지급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자 장사' 논란이 일자 당국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은행권에 희망퇴직금 축소를 주문했다.


지난 2월 초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들의 돈잔치로 국민들 간 위화감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은행권을 꼬집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임원 성과급뿐만 아니라 직원 성과급, 희망퇴직금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조치했다. 희망퇴직금 규모를 줄이도록 압박을 가한 셈이다. 이에 은행권 희망퇴직금은 28~31개월 정도로 대폭 삭감된 상황이다.


실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명예퇴직을 하면 5년치 임금의 50% 정도를 받았는데 올해부터 명예퇴직금이 대폭 줄었다"며 "차라리 명예퇴직을 안하고 버티겠다는 분위기가 있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은행 특성상 신입 행원 채용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 현재까지 5대 은행의 퇴직자는 1493명으로, 연말까지 3개월 남은 것을 감안해도 지난해(2368명)보다 대폭 감소했다. 은행의 연간 퇴직자는 2022년 2127명, 2023년 2368명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와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희망퇴직금 지출을 줄이려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시니어 인건비가 더 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은행을 포함한 5대 금융그룹의 전체 직원 중 30대 미만 비중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10%대인 반면, 50대 이상은 ▲2021년 15.9% ▲2022년 19.9% ▲2023년 24.2%로 상승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행원보다 책임자가 더 많은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미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은행권 구직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은행권이 일자리 창출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은행권 채용 규모 확대로 인한 기저효과로 볼 수도 있다"며 "내년에도 올해 정도로 유지되거나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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