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두 달리던 중소형도 중국이 빠르게 추격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점유율 하락세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중소형 OLED 점유율이 점차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도 중국 업체가 저가 패널 공세를 퍼부으면서다. 아직까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용 패널에 이어 IT용 OLED, 즉 중소형 분야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치고 올라오면서 국내 업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및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점유율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적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금액기준)에서 중국은 47.9%인데 반해 한국은 33.4%를 차지하며 14.5%p 차이를 보였다. 전년도인 2022년도 중국이 42.5%, 한국이 36.9%를 차지하며 5.6%p 격차를 보였던 것보다 그 차이가 배 이상 벌어졌다.
물론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CD를 제외한 OLED 시장 점유율만 비교해본다면 양상은 다소 차이가 있다. 그간 한국 업체들이 OLED 선두를 지켜온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OLED 시장점유율에서도 중국(50.5%)이 한국을(48.2%) 최초로 앞지르며 치고 나갔다. LCD에 이어 OLED 마저 추격해 기존에 한국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에서도 위력을 떨친 것이다.
중국 기업의 OLED 추격 방식은 LCD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하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량 물량 공세를 펼쳐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렸다.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중국 IT 제조사들 역시 자국 기업의 패널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이를 적극 지원했다. 아울러 최근 한국 기업 출신 인재 영입은 물론, 기술 탈취 시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를 추격중이다.
실제 중국 기업의 공세에 한국 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노트북, 태블릿 부문의 OLED 점유율도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중소형 OLED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만 해도 62.3%로 중국(36.6%)을 크게 앞섰으나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기업이 글로벌 점유율 50.5%을 차지하며 한국을 앞선 것도 대표적인 예시다.
이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의 속도에 국내 업계는 분주한 모습이다. 사실상 대형 OLED 부문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 인해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스마트폰과 PC 등에 들어가는 IT용 OLED 패널, 즉 중소형 패널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물량이 아닌 기술력 차원에서는 아직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따라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8.6세대 라인을 본격화하면 다시 그 격차를 조금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8세대 역시 중국도 따라오고 있는 상태기에 안심할 순 없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용 OLED 패널 양산을 위해 충남 아산에 라인을 짓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8.6세대와 관련해 정확한 투자 계획을 밝히진 않은 상태나 최근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며 재원을 확보, OLED 중심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중 무역 제재가 강화되며 한국 부품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