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분쟁에 등장한 '예화랑'…꼬리 무는 의혹
형제 측 "비정상 임대차 계약" 모녀 측 배임 혐의 고발…서울경찰청 직접수사
예화랑 '김방은'-한미 '임주현', 노소영의 미래회 활동 전력
정치권, 윤 대통령 '불법 비밀 선거캠프' 의혹도 제기
경찰이 서울 강남의 '예화랑' 건물을 둘러싼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 정황에 대한 마지막 퍼즐을 맞출지 주목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이 한미사이언스 자회사인 온라인팜의 배임 의혹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 측이 고발장을 낸 이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를 맡았지만, 서울경찰청이 다시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형제 측은 누이 임주현 부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불법 선거사무소로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된 예화랑 건물과 비정상적 계약을 체결했다며 임주현 부회장과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이 올 초인 지난 1월 26일 가로수길 예화랑 건물에 대해 임대차 보증금 48억원, 월세 4억원, 임대차 기간 20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48억원을 선입금했는데, 이는 업계 관행을 무시한 초장기 계약은 물론 시세 대비 30% 이상 비싸 온라인팜을 만성적자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가 지분 100%를 가진 온라인팜은 2023년 말 기준 자본금이 40억원, 당기 순이익은 167억6000만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화랑 건물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채 강남 사무소로 썼다는 의혹을 받으며 정치권과 사정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건물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예화랑을 여의도 공식 선거캠프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있던 후보자 집무실과는 별로도 꾸려진 윤 대통령의 대선 기간 불법 선거사무소로 의심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경영진의 단순한 배임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숨겨진 퍼즐 조각이 있다. 먼저 예화랑 소유주인 김방은‧김용식 남매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다. 김방은·김용식 남매는 지난 대선 윤석열 예비후보에 각 1000만원을 후원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 대표는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방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용식 대표의 장인은 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이자 '정치적 멘토'로 꼽히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다. 2009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플래닝의 감사를 지낸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 결혼식 주례를 섰었다. 지난 7월에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방은 대표와 한미약품 그룹의 임주현 부회장 모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만든 미래회에서 활동을 같이 했다는 것도 중요한 퍼즐 조각 중 하나다. 임대차 계약 이후 국민연금이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모녀와 형제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서 임 부회장의 모녀 측 손을 들어준 것도 맞춰 볼 퍼즐 조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모녀와 형제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서 임주현 부회장의 모녀 측 손을 들어주는 대가로 모녀 측이 예화랑 측을 특혜 지원했고, 이런 거래를 윤 대통령이 관여했다면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경찰의 조사결과가 매우 주목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자 연합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형제 측은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이사 4명 해임을 추진한다. 이에 모녀 측과 신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의 '4자 연합'은 임종훈 대표 1인 의사에 따른 의결권 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