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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술 대안도 실종됐다”...국내 주류 제조사‧수입사 ‘발 동동’


입력 2024.12.13 07:18 수정 2024.12.13 07:1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연중 최고 성수기에도 ‘시름’

송년회‧회식 취소 행렬

홈술도 자제하는 분위기

와인‧위스키 수입량도 줄어

서울 시내 한 먹자골목 포장마차에서 시민들이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다.ⓒ뉴시스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연중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을 맞았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술 소비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매출이 급등해야 할 시기지만 회식 취소 행렬로 인해 시름이 깊은 상황이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후 소주와 맥주 주문량은 예년보다 25%가량 줄었다. 주류 도매상은 주류 제조사에서 받아온 소주·맥주 등을 식당·주점 등에 납품한다. 특히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등 집회가 잦은 지역은 예약 취소와 함께 주류 발주량 축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는 8년 전인 2016년 11월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미 한 차례 치명타를 입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연말 성수기에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식당과 가정에서 술을 마시는 수요가 급감했다.


앞서 주류업계는 연말 성수기 준비에 속도를 내왔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스텔라 아르투아 한정판을 출시했고 하이트진로 역시 테라와 진로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내놓았다. 하지만 잇따른 주문 감소로 성수기 매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송년회 자체가 계속해서 줄어들던 찰나에 악재가 늘어난 격”이라며 “고물가와 더불어 기업들의 예산 축소,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다 보니 올해는 대규모 송년 회식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가 진열되어 있다.ⓒ뉴시스

문제는 믿었던 홈술도 대안이 되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시기 유흥과 홈술의 비중이 7:3에서 5:5로 바뀌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이후 MZ세대 등 청년층이 집회의 핵심 참여층으로 떠오르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주류 판매가 시원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국내 주요 유통 채널의 지난 1~9일 기간 주류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A사의 경우 맥주, 양주, 와인 등 지난해 대비 신장률은 0%로 소주(+5%), 전통주(+5%) 역시 기존 12월과 비교해 낮은 폭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편의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편의점 B사의 경우 대표적인 판매 주류인 소주(+8.2%), 맥주(+4.2%), 와인(+8.1%) 등 지난해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지난달 신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실질적으로는 연말 특수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과거에는 위축된 소비를 북돋기 위해 프로모션 등을 활발하게 전개했지만, 최근에는 정치적인 이슈로 그마저 할 수 없게 됐다. 오프라인 프로모션 같은 빅 이벤트는 없거나 최소화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불경기와 가처분 소득 실종, 고물가, 기업(술회사 포함)의 실적 하락으로 인한 총알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예년보다 더 조용히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홈술 역시 정치적 외부 활동이 늘면서 타격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어려움은 비단 소주와 맥주 뿐만이 아니다.


주류 수입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와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업계가 각종 할인 행사와 마케팅으로 물량 소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위스키마저 인기가 줄면서 주류업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와인 수입사들도 연말 특수를 잃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10월 누적 와인 수입량은 3만3177톤으로, 지난해(3만5598톤) 대비 약 7% 감소했다. 와인 수입금액 기준으로는 3억2490만달러에서 2억9663만달러로 약 9% 쪼그라들었다.


하이볼을 앞세워 대세를 이루던 위스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위스키의 수입량 감소 폭은 와인보다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위스키의 올해 1~10월 누적 수입량은 올해 2만2236톤으로 전년 대비 약 17% 감소했다. 수입금액 또한 2억188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약 9% 줄었다.


이에 주류 수입사들은 ‘프리미엄 와인 vs 가성비 와인’으로 양극화한 수요에 대응 중이다. 와인 애호가를 겨냥해서는 한정판 고급 와인의 출시를 이어나가면서 대중을 겨냥한 상품은 ‘낮은 가격’을 앞세운 판매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1만원대 와인을 중심으로 판매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잘 되는 매장들을 중심으로는 단독 장터 등을 열면서 할인 되는 상품들이 많이 판매될 수 있게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가 쉽지 않은 매장에서는 박스 와인 할인전이나 고가 유명와인을 매개로 해서 손님 유입과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며 “와인 외에 위스키를 활용한 채널별 판매도 많이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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