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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지리산 산책 ②] 속절없이 사라진 봄에 핀 눈꽃


입력 2018.04.11 18:00 수정 2018.05.31 09:06        권신구 기자 (incendio@dailian.co.kr)

요즘 봄꽃이 두서없이 피고집니다. 예전에는 매화 꽃 지고나면 벚꽃 피고, 벚꽃 지면 배꽃 피고. 그렇게 사람들은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의 시간을 느끼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겨울이 워낙에 추웠던지라 꽃몽우리가 늦게까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남쪽 바람이 부는 어느 날 매화꽃, 벚꽃, 배꽃이 순서없이 동시 다발로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에 맞서 이긴 봄꽃들의 아우성이 찬란한 요즘입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꽃놀이패들의 발걸음 또한 요란합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저 멀리 간 줄 알았던 겨울의 뒤끝이 강력했습니다. 밤새 적지않은 눈이 내려 온세상을 다시 겨울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벚꽃이며 배꽃이며 동백꽃이 밤새 차가운 눈꽃을 이고지고 있었습니다.



봄에 핀 겨울왕국의 찬란한 아침을 만났습니다. 그 찬란한 아침풍경은 또 다시 찬란한 아침햇살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일장춘몽’ 눈꽃이 속절없이 사라졌습니다. 세상살이가 그러하듯 참으로 덧없는 요란함이 가득한 봄날 아침입니다.

이창수 사진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샘이깊은물, 국민일보, 월간중앙에서 16년동안 사진기자를 지냈다. 2000년 지리산 자락인 하동군 악양골 노전마을에 정착했고, 자연과 시대의 삶을 진정한 마음으로 드러내려는 사진을 즐기며 걷는 사람이다.

히말라야 14좌의 베이스캠프까지 길을 걸으며 히말라야와 그곳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는 사진작가. 지리산학교 선생, 국립순천대학교 사진예술학과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권신구 기자 (incendi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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