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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경험 한국당, 외교역량 입증해 보일 때다


입력 2019.07.10 09:00 수정 2019.07.10 10:31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집권여당의 엉뚱한 화풀이

외교‧안보라인 장관 교체 건의…단교 각오 아니라면 풀릴 문제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집권여당의 엉뚱한 화풀이
외교‧안보라인 장관 교체 건의…단교 각오 아니라면 풀릴 문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일본에 대해 ‘(수출 규제)조치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데 대해 일본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협의 대상이 아니다. 철회도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9일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니까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겠다. 아마 정부 여당은 또 맹렬히 일본을 공격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일본이 숙이고 들어올까? 아마 아닌 줄은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에게 들리라는 ‘대일(對日) 분노’일 개연성이 더 높다.

그런데 여당이 엉뚱한 데다 화풀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해 “보복성 제재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하게 됐는데, 힘을 보태지는 못할망정 뒤에서 발을 걸어야 되겠느냐. 백태클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라고 비판했다. 외교정책을 세우고 추진하고 하는 과정에서 한국당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이뤘던 것 같은 말투다.

집권여당의 엉뚱한 화풀이

힘을 보탠다면 어떻게 보태야 한다는 것일까? ‘항일 의병 투쟁’에 동참하라는 뜻일까? 편싸움에 끼어들더라도 영문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 빚어진 한일 간 외교 및 통상마찰이다. 힘을 보내거나, 백태클을 걸거나 할 게재도 아니고 그럴 처지도 아니다. 구경꾼 노릇이나 하게 했으니 그 입장에서 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관련 기업과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됐다. 정부 여당은 이 상황에서도 용맹만 뽐내고 있다. 정부의 외교 무능과 대안부재를 비판하는 것은 전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야당 본연의 책무는 ‘NO’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해온 외교가 국가 간 충돌을 야기했다. 야당은 힘을 보태는 게 아니라 외교실책을 질타해야 한다. 그게 정상적 여야관계다.

기실 이낙연 국무총리도 9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의 답변을 통해 ‘장관 해임’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국방‧외교 장관의 무능을 지적하며 이들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청와대와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무역마찰,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귀순 사건 등과 관련, 이 총리 또한 해당 부처 장관들의 자질과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의미이겠다. 정부의 무능이 노출되는 게 야당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걸 노리라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야당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라는 것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수입선 다변화, 소재‧부품 국산화가 지금 당면한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여당의 특위 설치나, ‘의병’ 운운하는 감정자극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결국 정치와 외교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부 차원의 외교적 해법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확산되고 불매운동이 언급되는데,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의 침착한 대응책과 논의가 요구된다”며 여당이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표했다.

외교‧안보라인 장관 교체 건의

어느 부분이 ‘심해도 너무 심한’ 백태클인가. 정부 여당의 대응태도를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 이는 심각한 반정당정치적인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우리 정부에 대해 경제보복으로 도발했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느냐, 이런 뜻인가? 이 총리가 외교라인 각료 경질을 건의할 것처럼 말할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자유한국당이 정부 통상외교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은 당연한 대응이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면 제1야당다운 모습이라 할 수가 없다. 한일무역마찰의 원인을 분석하고 정부·여당 측 대응 방안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내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정당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과학적인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야 국민은 자유한국당을 대안세력, 수권정당으로 인정할 것이다.

사실 지금이 한국당으로서는 집권경험 정당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집권정당이었다. 인재풀은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집권 당시 정부의 외교라인에 있었던 인사들을 동원한다면 정부·여당의 감정적 대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성적 합리적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나 원내대표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오는 21일) 끝나는 대로 우리 의회 채널의 긴급 의회 교류를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예고했었다. 그냥 일본의 의원들을 만나서 차 한 잔 나누면서 협조를 당부하는 식의 ‘의회 교류’를 말한 것은 아닐 터이다. 일본 정부가 ‘정치에서 비롯된 경제보복’임을 흘린 것은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교 각오 아니라면 풀릴 문제

한국 정부의 ‘완전한 항복’을 기대하며 일을 벌였겠지만 그게 외교적 마인드나 접근방법이 아님을 일본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일본의 경직된 자세도 이완되게 마련이다. 한국과의 갈등관계를 무한정 끌어간다는 것은 일본으로서도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단교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었다면 외교적 해결을 위한 강공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위안부합의 문제 등은 특히 우리에게 있어서는 아주 민감한 문제이지만 해결이 무망한 사안은 아니다.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는 사이라면 풀지 못할 외교적 현안이란 있을 수 없다. 꽉 막힌 것으로 보이는 장벽에도 틈은 있는 법이다.

서로의 자존을 지켜주고 입장을 세워주면서,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부담 감당하기를 회피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때로는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우리 정부만 안는 게 아니다. 일본이 일방적 승리를 추구하면 결국 그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그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라고 모르겠는가.

따라서 한국당은, 안으로 한·일 무역마찰을 해소할 방안을 찾으면서 밖으로는 일본 정치인들과 윈-윈을 위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 방안이 효과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면 양국 정부가 마다할 까닭이 없다. 당연히 국민도 한국당의 정책적 외교적 역량을 크게 평가할 것이다.

대여 비판은 물론 소중하다. 그러나 대안은 더 가치가 있다. 정부를 도우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역량을 입증하고 과시하라는 뜻이다. 말로만 떠들면 ‘정쟁 유발’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정부 외교력 부재에 대한 질타는 그것대로 하되 우리 정부와 일본의 정부·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대안과 역량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그게 내년 총선 승리의 지름길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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