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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장관, 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나?


입력 2019.07.12 09:00 수정 2019.07.12 15:54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문가 5인 공동칼럼> 미군 증원을 어렵게 만든다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아진다…전환 대상에 관한 동상이몽(同床異夢)

<전문가 5인 공동칼럼> 미군 증원을 어렵게 만든다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아진다…전환 대상에 관한 동상이몽(同床異夢)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최근 북한 주민들이 목선을 이용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한 것과 관련해 가진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6월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최근 북한 주민들이 목선을 이용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한 것과 관련해 가진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경두 국방장관은 군 관련 주요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전작권 전환 준비를 재촉하고 있다.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었을 때에도 무엇이 그리 급한지 이틀 만에 새너헌 미 국방장관 대행과 통화하여 연례적으로 시행해 오던 3대 한미 연합연습을 중단·축소하기로 합의했다. 4월 미국을 방문해서는 전작권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전작권 전환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거론되어 왔던 것으로 한미 연합 군사지휘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문제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안보 현실, 한국군의 객관적인 능력 등을 따지기보다는 전작권 전환을 군사주권 또는 국가 자존심과 연결시켜 서두르고 있는데다 ‘신중과 자제’를 건의해야 할 국방장관이 앞장서서 군을 다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권과 관련하여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은 ‘전작권 환수’라는 용어를 쓴다. 다분히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용어다.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진보’로 위장한 좌파 인사들이다. 전작권은 미국이 빼앗아 간 것이 아니다. 6.25 전쟁때 이승만 정부가 나라를 구하고자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하여 군사작전 지휘를 일원화한 것이다. 때문에 ‘환수’보다는 ‘전환’ 또는 ‘분리’라는 용어를 사용함이 옳다. 그런데 지금 문 정부가 추진하는 것을 보면 전작권 전환과 함께 한국군 대장이 현 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사령관이 되어서 한미 연합군을 지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2개국 이상의 군대가 함께 작전할 시에는 지휘가 일원화되어야 효과적이라는 것은 군사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을 지휘한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발상은 아니다.

미군 증원을 어렵게 만든다

첫째, 한국군이 사령관인 체제하에서는 유사시 미군 증원이 어려워진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2015년 「내일을 여는 역사」에 기고한 글에서 “65만 대군을 가진 한국군이 2만 7천 명을 가진 미군 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주권 국가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주권이 중요한 만큼 우리를 지켜주는 동맹국의 주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말이다. 전시가 되어 미군이 파병된다면 수십만 명의 미군이 증원되며 미군은 첨단 무기체계, 정보, 작전, 전쟁경험 등에서 한국군을 압도하는 세계 최강의 군대이다. 당연히,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나 군 지휘관들은 한국군 지휘관이 지휘하는 부대로 미군을 파병하는 것을 군사주권 훼손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 당시 파월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한국군 사령관이 보유했었다. 지휘 일원화를 위해서라면 우리 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미군 사령관에게 이양했어야 했지만, 1960년대의 대한민국도 파병된 군대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않았다. 당연히, 미국은 소규모 부대 또는 비전투부대가 아닌 이상 타국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해 파병되는 세계 최강 동맹국의 군대를 우리의 작전통제 아래 두겠다는 것이 상식적일 수는 없다. 유사시 미군 증원을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흑심(黑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낮아진다

둘째,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파병 의지가 불변이라 하더라도 한국군이 연합군사령관이 되면 전쟁에서 승리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전작권이 분리된 상태에서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가 되면 단일 지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과 수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사 단일 지휘체제를 이루어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에 보임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치명적인 불이익이 예상된다.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이 되면 미국은 부사령관에 대장 또는 그 이하의 계급을 보임할 수 있다. 한국 국방부는 2018년 10월 정경두 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합의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을 근거로 미래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에 미군 대장이 보임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영문에는 “The national authorities of United States are to appoint a General or an Admiral to serve as the deputy commander of the post-OPCON transition Combined Forces Command”라고 쓰여 있다. 즉, ‘a General or an Admiral’을 대장으로 해석할 것인지 준장~대장 계급의 장성을 통칭하는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하지만, 상식선에서 판단한다면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조직에 있어서 미군 중장이 부사령관으로 보임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고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군사전문가의 판단이다.

부사령관에 미군 중장이 온다면 이는 주한미군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하며, 그런 체제에서 전시를 맞아 한미 연합군이 운용된다면 한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반도 유사시 많은 미측 자산을 한반도 증원전력으로 차출해 와야 하는데, 미군 3성 장군으로는 그런 역할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8B J-Stars 지상군 지원용 조기경보통제기, AC-130H/U 특수작전기(공중포격기), EC-130E Commando Solo와 같은 공중전장지휘통제기 등은 소요는 많지만 보유 수량이 제한적인 ‘HDLD (High Demand Low Density)’ 전력자산들이다. 전쟁이 나면 이런 전략자산들을 한반도로 가져오기 위한 경쟁에서 3성 장군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박휘락 국민대 교수·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박휘락 국민대 교수·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전환 대상에 관한 동상이몽(同床異夢)

셋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의 영문본과 한글본 사이에 한미 간 동상이몽일 수 있는 심각한 차이가 발견된다. 영문본의 ‘목적’ 항목에 “... the decision between the Presidents of both nations in 2017 to expeditiously enable the conditions-based transition of wartime operational control (OPCON) of ROK forces”라는 부분이 있는데, 한글본에서는 위 밑줄 친 부분을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으로 번역하고 있다. 즉, 영문판에는 ‘조건에 기초한 한국군의 전작권 전환’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전환의 대상이 ‘한국군의 전작권’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반해 한글본에서는 전환의 대상을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마치 한국군이 미군에 대한 전작권까지 가지게 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번역상의 실수인지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해석의 차이는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미 군사문제에 정통한 자유수호재단의 선임연구원 David Maxwell은 한국이 전작권 문제를 주권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이 같은 해석상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현 연합사 체제 하에서 한국군은 50%의 지분(ownership)을 보유하고 나머지 50%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자신이 연합사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미군 사령관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어서,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 사령관이 보임되면 한국군 사령관이 미군을 작전통제하는 것으로 막연히 믿는다는 것이다.
종합하여 판단할 때,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고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군사령관에 보임되는 경우 그가 주한미군 중 일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은 있겠으나, 미국 대통령이 유사시 미 증원전력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겨 줄 가능성은 없어 보이며, 그보다는 미군 지휘관(주한미군 사령관, 유엔군 사령관 또는 별도의 전투사령관)의 지휘 하에 둘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것이 사실인데도 한국 국방부가 유사시 미래연합군사령관에 보임된 한국군 사령관이 증원되는 모든 미군을 작전통제하는 것으로 믿거나 주장한다면, 동맹에 큰 사단이 나게 될 것이다.

국방장관에게 고한다

군사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은 전작권 전환을 논할 때가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생산은 진행 중이며, 우리에게는 북핵을 이길 독자적인 능력이 부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나면, 한미 연합군을 지휘하여 연합군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 능력과 경험을 우리 군은 가지고 있는가? 현 체제하에서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전쟁도발과 핵사용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시 격퇴하는 책임을 공동으로 지고 있다. 유사시 그런 체제를 작동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 현재의 한미 연합방위체제이다. 군사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한미동맹과 유사시 전작권을 통합적으로 행사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및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을 막아온 주역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들은 문재인 정부가 동맹 이완, 주한미군 감축, 대한(對韓) 방위공약 희석, 대북 억제 약화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전작권의 조기 전환과 연합사 체제의 변화를 서두르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에게 다시 한번 고한다. 4성 장군을 지낸 군인 정 장관도 미군이 철수한 남베트남이 1975년에 공산화되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동맹이 이완되어 미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한국도 남베트남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전문가들은 국방장관이 나서서 군통수권자에게 ‘신중과 자제’를 건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지금 정경두 국방장관이 보여주고 있는 행위를 우국충정을 가진 군인의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박휘락 국민대 교수·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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