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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죽창가 부르자던 조국…'내 딸은 악영향 없으니까'?


입력 2019.08.21 04:00 수정 2019.08.21 09:22        이배운 기자

한일갈등 격화, 20대 청년층 부담 가중시켜…조국도 책임 있다

'정의사회' 외치며 청년들에 희망 주더니…진정성 없는 구호였나

한일갈등 격화, 20대 청년층 부담 가중시켜…조국도 책임 있다
'정의사회' 외치며 청년들에 희망 주더니…진정성 없는 구호였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중국어를 배워서 갈까봐, 한국어는 쓰면 안되고 일본어는 쓰면 티나니까."

한일갈등이 최고조에 치닫던 이달 초, 일본 IT기업에 취업이 확정된 29살 지인이 했던 말이다. '이 판국에 일본에 가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농담 섞인 걱정에 내놓은 '대안'이었다.

20대 청년들은 한일갈등 파고 속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여있다. 수출규제 초장기화와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기침체는 '청년생활고'와 '취업난'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최근엔 정부가 일본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취업박람회 '글로벌 일자리대전' 개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본 기업 입사를 준비하던 청년들이 난처해 졌다.

취업난·저임금에 불만이 쌓인 20대 청년층 사이에서 일본취업은 인기 있는 선택지로 꼽혔지만 정부가 스스로 그 문을 좁힌 것이다.

'죽창가' '친일파' 등 거친 언사로 한일갈등을 확신시켰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고조된 갈등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각계의 주문에도 조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신분으로 수차례 '반일 페이스북 글'을 게재했고, 법무부장관 내정 소감에는 이순신 장군의 한시를 인용하며 반일여론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자녀 특혜' 의혹을 지켜보면 속내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청년들의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내 딸은 아무런 영향 없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깔려있던 모양새다.

2주간의 인턴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되고, 성적미달로 유급을 당하면서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는 특출한 딸을 두고 있으니 '평범한' 20대 청년층의 부담을 온건히 공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이배운 정치사회부 기자. ⓒ데일리안
"죽창 들어야지." 조 후보 논란에 대해 소감을 묻자 또 다른 20대 후반 청년이 내놓은 대답이다.

청년들은 '정의의 사도' 조 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하며 기대를 걸어왔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큰 것은 인지상정이다. 청년들의 죽창이 조 후보를 향한다면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닌 오로지 조 후보의 탓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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