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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망언도 학문의 자유다?


입력 2019.09.23 08:20 수정 2019.09.23 08:16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에서조차 정론으로 통용되기 어려울 수준의 주장

<하재근의 이슈분석> 일본에서조차 정론으로 통용되기 어려울 수준의 주장

ⓒKBS1 화면캡처 ⓒKBS1 화면캡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이자 유명 지식인이고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까지 지낸 류석춘 교수의 강의중 발언이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발언은 지난 19일에 이루어진 것으로 친일 망언 논란을 일으켰던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반일 종족주의’를 두둔하는 취지라고 한다.

이 강의에서 류석춘 교수는 식민지화는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난 일인데 유독 한국만 일본인을 필요 이상으로 적대한다며, ‘일제의 강제 침탈론은 거짓’이고 ‘반일 프레임’을 벗어나야 할 때라는 이해하기 힘든 망언을 했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배가 한반도를 공업 선진국화했다는 황당한 주장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일제 위안부 관련 망언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라고 한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반인륜 범죄라는 사실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인된 역사적 사실일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조차도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가장 대표적 피해국인 한국의 유명 교수가 그것을 부인하며 일본 침략자를 대변하는 내용을 강의했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기록을 말했다고 한다.

“일본이 강제연행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조금 일하면 돈 번다는 유혹 때문”

이영훈 교수도 식민지 시절의 기록을 근거로 일본의 침탈을 옹호한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북한 정권도 옹호할 수 있다. 북한의 기록을 아무리 조사한들 북한 정권의 폭압성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김씨 왕조’는 위대하며 북한은 민주주의 지상낙원이라는 식의 기록만 가득할 것이다. 그걸 기초로 ‘기록에 따르면 북한은 민주국가이고 김정은은 훌륭한 지도자’라고 주장하면 말이 되겠는가? 그리고, 강제연행만 안 했다고 해서 면죄부가 발급되는 건 아니다. 위안소 운영의 반인륜성과 사후에 자행된 학살은 어쩔 것인가? 아무리 사람을 감금하고 성폭행을 일삼아도 유인하는 과정에 물리적 강제만 없다면 괜찮다는 논리인가?

류 교수가 보여준 학생에 대한 태도도 어이가 없다. “일본이 좋은 일자리를 준다고 속여 위안부 피해자를 데려갔다”며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그렇다. 궁금하면 한번 해볼래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교수이기 이전에 인간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가 북한 추종 단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고 한다. 과거 지만원 씨가 같은 주장을 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말하자면 세뇌해서 피해자들이 거짓 주장을 하게 됐다는 주장까지 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유엔에서도 중요한 역사적 증언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것마저 부정하면서 피해자들을 남의 말 듣고 거짓증언이나 하는 사람으로 비하한 셈이다. 일제의 반인륜범죄를 당한 피해자에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일본에서조차 정론으로 통용되기 어려울 수준의 주장이다. 일본 군국주의 세력의 맥을 잇는 우익에서나 나올 법한 망언을, 제1야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유명대의 유명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류 교수가 이런 강의를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의 유력한 교육자로 대접받았다는 이야기다. 이 나라가 과연 해방된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생길 지경이다. 이런 망언과 같은 주장까지 학문의 자유로 용인해야 하는 걸까?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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