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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안타까움, 사생활을 심판하는 사람들


입력 2019.10.15 08:20 수정 2019.10.15 08:17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남의 사생활 적절성 내가 판가름하고 단죄 사고방식 벗어나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남의 사생활 적절성 내가 판가름하고 단죄 사고방식 벗어나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설리는 악플에 시달렸었다. 악플의 시작은 설리가 래퍼와 사귄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누구를 사귀든 본인 마음이다. 전혀 죄를 짓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두 사람에게 악플을 퍼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사귀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두 사람의 사귐이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혼도 안 한 남녀가 사귀는 게 무슨 문제가 되며, 여기에 대해 왜 제 3자가 왈가왈부한단 말인가? 심지어 웬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보다도 설리에게 더 심한 악플 세례가 퍼부어졌다. 두 사람이 이후 헤어졌는데도 그 만남에 대한 악플이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사람들이 ‘남녀 만남의 모범 형태’라는 규범을 정해놓고, 그 틀에서 벗어나는 이를 표적으로 삼아 집단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생활의 형태를 윤리적 악과 동일시하며 상대를 단죄했다.

설리에 대한 악플은 설리가 SNS에 올렸던 특이하거나 자극적인 사진들로 인해 더 심화됐다. 이것도 상당 부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누군가가 SNS에 올린 사진에 대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다. 그런데, 단순히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을 올리는 사람을 ‘악’으로 규정하고 단죄하려 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된다.

SNS에 일상 사진을 올리는 것은 개인적 생활의 일부인데도 사람들은 거기에도 규범이 있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올리는 설리를 비난했다. 설리가 과거 한때 활동을 중단했던 것도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리 스스로 악플 스트레스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물론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며 사람들의 이목을 끈 설리에게도 어느 정도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도를 넘어 설리가 마치 죄라도 지은 듯 공격하고 집단적으로 조롱한 것은 분명히 문제였다.

14일에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설리의 죽음과 관련한 섣부른 추측은 자제해야 한다. 그 문제와 별개로, 설리가 생전에 스트레스 우울증 등에 시달렸다는 것과 악플이 심각했었다는 것이 다시 상기되고 있다. 설리에게 최근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과도한 악플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한다.

오죽하면 외신도 설리 악플 사태를 전했을 정도다. 영국 매체 ‘더 선’이 설리가 ‘끔찍한(horrific) 온라인상 괴롭힘을 당했다’고 쓴 것이다. 사람들은 설리가 마치 샌드백이라도 되는 양 온갖 분풀이를 해댔다.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었을 것이다.

남의 사생활의 적절성을 내가 판가름하고 단죄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엔 다양한 개성과 삶의 형태가 있다. 내가 보기에 이상하다고 해서 그들을 단죄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상하거나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 대한 멍석말이 조리돌림이 수시로 일어난다. 그저 ‘특이’할 뿐인 사람을 ‘악’이라며 공격하는 그런 행위가 바로 진짜 ‘악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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