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신탁 일부 허용" 은행들 한숨 돌렸지만…비이자이익 확대 '발목'


입력 2019.12.13 06:00 수정 2019.12.12 21:38        부광우 기자

금융위 DLF 대책 발표…신탁 조건부 판매로 한 발 양보

수천억 비이자이익 증발 위기 면했지만…추가 성장 족쇄

금융위 DLF 대책 발표…신탁 조건부 판매로 한 발 양보
수천억 비이자이익 증발 위기 면했지만…추가 성장 족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불거진 대규모 원금 손실 쇼크를 계기로 은행들의 신탁 판매를 중단시키려 했던 금융당국이 이를 조건부 허용하기로 하면서, 자칫 수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날릴 뻔 했던 은행들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데일리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불거진 대규모 원금 손실 쇼크를 계기로 은행들의 신탁 판매를 중단시키려 했던 금융당국이 이를 조건부 허용하기로 하면서, 자칫 수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날릴 뻔 했던 은행들은 한 숨을 돌리게 됐다.ⓒ데일리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불거진 대규모 원금 손실 쇼크를 계기로 은행들의 신탁 판매를 중단시키려 했던 금융당국이 이를 조건부 허용하기로 하며 한 발 물러섰다. 이로써 자칫 수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날릴 뻔 했던 은행들로서는 한 숨을 돌리게 됐다.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금융당국이 신탁 영업 확장에 쳐 놓은 수많은 장벽들은 비(非)이자이익 확대에 골몰하던 은행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금융위는 DLF 사태에 대한 최종 대책인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신탁의 은행 판매를 제한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은행들의 건의에 따라 이를 일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신탁은 금융사 등이 고객으로부터 위임 받은 자산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은행들의 자산관리 사업의 핵심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전제로 기존에 이미 판매한 대표적인 지수에 한해서는 신탄 판매 허용을 요청해 왔고,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이에 대한 감독과 검사, 판매 규제를 강화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됐으며, 손실배수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ELT)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는 ▲코스피200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니케이225 등 5개 대표지수로 한정했다.

덕분에 은행들은 ELT와 파생결합증권신탁(DLT)을 포함해 40조원 이상으로 커진 신탁 시장이 고사 위기에 놓일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 만약 금융당국이 원안대로 신탁 판매를 금지시켰더라면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 수천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날릴 판이었다. 은행권의 ELT·DLT 판매 잔액은 2017년 말 26조6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0조7000억원까지 불어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수수료를 1%로만 가정해도 이에 따른 수수료 수입은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은성수(맨 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및 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은성수(맨 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및 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이렇게 은행들이 기존 신탁 영업에서의 수수료 수익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문제는 관련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에는 제동이 불가피해졌다는데 있다. 금융위가 ELT 판매량을 올해 11월 말 시점 잔액으로 제한하는 총량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다. 사실상 시장 크기를 현재 이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한 셈이다.

가뜩이나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제로금리를 바라보는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상품 판매 수수료와 같은 비이자이익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던 은행들에게 이 같은 금융당국의 방침은 나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전통적인 이자 마진을 통한 수익 개선에 한계를 느끼던 은행들에게 새로운 신탁 규제는 남다른 고민을 안길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갔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어지며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성장세가 꺾이고 있는 대출 시장의 여건은 최근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에 더욱 목을 매게 만들고 있는 또 다른 배경이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은행들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6.1%로 전년 동기(6.2%)와 유사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내년 증가율은 올해보다 낮아진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가계 빚은 혁신금융 강화와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기업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정책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의 기업대출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강경한 기조로 인해 신탁 판매가 아예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보단 다소 완화된 수준에서 DLF 대책이 종결됐다는 점은 다행인 측면"이라며 "다만 이마 마진 이외의 이익 창출이 절실한 시점에서 신탁 시장이 제자리걸음에 머물게 된 상황만으로도 은행 입장에서는 큰 악재"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