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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후유증 시작되나 “깡통전세 걱정”


입력 2021.01.05 05:00 수정 2021.01.04 19:31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전세금 보증사고 금액, 지난해 최고치 경신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 67.1%, 보증금 못 받을 우려 커져

“세입자는 미리 대항력 갖추고, 정부는 보호장치 다양화해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다세대 주택 등 건물들. ⓒ연합뉴스

#.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빌라에 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이달 20일 전세계약이 만료되지만, 집주인이 약속한 날짜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A씨는 최근 집을 구매해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결국 각종 신용대출을 받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를 보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A씨의 집주인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방식)로 집을 구매했으나,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A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가 어떤 이유에선지 갑작스럽게 계약을 파기했으니,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A씨에게 말했다. 갭투자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다음 계약이 안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 가깝게 치솟으면서 나중에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가 서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A씨가 전세로 살던 집(전용55㎡)은 지난해 11월 4억3500만원에 팔렸지만, 전세는 4억원에 실거래됐다. 매매-전세가 갭차이가 3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집은 현재 전세가격이 4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평수의 주변 매물 호가가 4억7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갭차이는 2000만원으로 더 줄었다. 이린 매물의 경우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들이 꺼려할 수 밖에 없다.


오는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포함된 ‘임대차3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셋값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깡통전세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전세가율(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도 점점 상승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갭투자를 통한 매매는 상대적으로 더 쉬워진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전세가율은 65.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4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67.1%를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6.1%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의 호평마을대주파크필 전용84㎡ 매물은 지난 11월 3억4500만원에 팔렸지만, 전세는 3억4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갭차이는 500만원에 불과하다.


도시형아파트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비즈트위트바이올렛5차 전용19㎡ 매물은 지난10월 전세는 1억2800만원, 매매는 1억200만원에 실거래돼 오히려 갭차이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세금 보증사고 금액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1월까지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발생한 보증사고 금액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보증사고 규모는 2016년(34억원), 2017년(74억원), 2018년(792억원), 2019년(3442억원) 등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들은 적절한 전세가율 주택을 선택하고, 근저당 설정이 없거나 적은 매물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항력(세입자가 제3자에게 보증금 등 임대차 계약 효력을 가장 먼저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보증보험은 최후의 수단이고, 그 이전에 세입자들이 대항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이를 보호하는 제도를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다세대주택이 많은 주택가에서 속출하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사업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한 바 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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