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및 속도조절 필요성 제기
국토부, 공시가격 현실화 제도개편 시사
고가·다주택자 '부자감세' 논란 여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대적인 개편을 시사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에선 무리한 현실화를 통해 서민 실수요자의 세 부담이 가중됐다고 지적한 반면, 야당은 고가 주택소유자, 다주택자에 대한 감세 정책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한국부동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LX한국국토정보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국감에선 부동산원의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한 신뢰성 제고 및 현실화율 로드맵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손태락 부동산원 원장을 향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가격·지역·주택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서 의원은 서울시가 최근 각 시·도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두는 등 지자체 검증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데 대한 부동산원의 입장도 물었다.
손태락 원장은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현실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앞으로도 그 부분은 계속 해야할 사항"이라며 "국토부에서 공시가격 전반을 검토하고 있고 그 부분에서도 지자체 참여를 늘리고 여러 의견을 들을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급랭함에 따라 공시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역전현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에게 "주택시장은 지난 40년간 가격 상승, 정체, 하락 등 사이클을 보여왔는데 2~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추진했다"며 "매매가격이 공시가보다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데 그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내거나 건보료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억울해서 어떡하냐"고 꼬집었다.
2020년 11월 문재인정부는 당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통해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의 세 부담도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올 들어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현실화 계획을 지속할 경우 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부작용으로 공시가격 시세 역전현상, 구간별 현실화율 차등 적용시 국민 부담 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 실장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적정가격을 반영하고 지역별, 유형별 균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추진했다"며 "그 과정에서 서민 세 부담이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 민원이 제기되고 있어 목표 현실화율을 하향하고 목표 달성 기간을 조정해서 매매가격보다 공시가격이 높아질 수 있는 문제점을 적극 수정해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현 정부 들어 급작스럽게 재검토하는 데 대해서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단 야당의 비판도 제기됐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태락 부동산원 원장을 향해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를 현 정부 들어 재검토하는 것의 핵심은 뭐냐"고 질의했다.
이에 손 원장은 "현실화 계획과 더불어 최근 몇 년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금이 급등한 문제점 등을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결론적으로 문재인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고 그로 인해 보유세나 재산세, 종부세 과표를 줄이겠단 의지 아니냐"며 "현 정부 기조를 볼 때 고가주택이나 다주택 수요자가 굉장한 혜택을 볼 것 같은데 결국 부자감세를 위해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검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구체적인 건 개선 대책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원희룡 장관은 앞서 6일 진행한 국토위 국감에 참석해 공시가격 현실화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상식적으로 시세는 늘 변동이 있는데 그때그때 날아다니는 시세에 맞춰 공시가를 90~100%까지 가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얘기"이라며 "오차범위를 두는 것처럼 폭을 둬도 문제가 많을 텐데 (문재인정부의) 현실화율은 이상론적이고 정부만능적인 무리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르면 11월께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수정·보완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