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개발 및 인·허가 완료 목표
2031~2033년 걸쳐 i-SMR 4기 운전 시작
낡은 규제, 부족한 예산 등 넘어야 할 산도
한국 독자 기술로 만든 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i-SMR) 개발과 건설, 수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이르면 2033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3월 i-SMR 사업단이 출범하면 4월 본격적으로 개발 과제에 착수할 계획이다.
SMR(Small Modular Reactor)은 미래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로 모듈화했다. 또 발전용량을 기존 1000~1400메가와트(㎿)에서 300㎿ 이하로 줄였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하면서도 유연하게 발전량 조절이 가능하며, 입지 선정이 자유로운 게 i-SMR의 장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미국 프랑스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정부·기업 주도로 80종 이상의 SMR 노형 모델을 개발 중이다. 중국은 이미 독자적 SMR인 ACP100을 2026년 가동 목표로 2021년 건설에 착수했다. 세계 SMR 시장은 2035년 6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과기정통부·산업부)도 2019년부터 한국 독자 SMR 개발을 위해 논의를 진전시켜 왔다. 작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2023~2028년 6년간 총 3992억원을 투입해 i-SMR 기술을 개발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이미 한국수력원자력·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170㎿급 SMR 4기(680㎿)를 한 세트로 한 i-SMR의 기본 설계는 만들어놓은 상황이다. 2025년까지 i-SMR 표준설계를 마치고 2028년엔 이에 대한 인·허가도 마친다는 목표다.
기존 원전은 1기 건설에 5~6년이 걸리는 반면 SMR은 2년이면 만드는 만큼 계획대로 2028년 인·허가 후 건설에 착수한다면 2031~2033년에 걸쳐 i-SMR 4기의 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
국내가 됐든 국외가 됐든 첫 상업운전에 성공해 i-SMR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외적으로 입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MR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각국 목표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고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연 150조원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라며 "우리도 이 시장을 목표로 i-SMR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넘어서야 할 난관들도 있다. 먼저 i-SMR 성공적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낡은 원전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i-SMR을 규제에 맞춰 설계했다가 나중에 규제가 바뀌면 이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건 불가능하다. 최신 기술 개발을 반영해 규제를 바꾼 후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안정적 추진을 위해 i-SMR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i-SMR 기술개발 예산을 예타를 거쳐 3992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당초 5832억원 규모 예산에서 1840억원 삭감한 수치다. 예산이 수천억원 줄어들면 혁신 원자로 개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원자력계는 비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MR은 미래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 중국 등 선진국이 앞서 가고 있는 분야이지만 한국도 원전 개발 역량과 노하우가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