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다이소, 신세계 등 노조 설립 속도
폭력사태부터 파업까지 경영계획 차질 우려
유통업계가 잇단 노조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에 노조 이슈까지 겹쳐 실적은 물론 소비자 신뢰마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파업과 폭력 사태가 되풀이되면서 작년 하이트진로 물류 파업, CJ대한통운 본사 점거 파업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는 서울 송파, 일산, 용인 3곳에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지회 창립대회를 열고, 용인 CLS 캠프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CLS는 시위 과정에서 캠프에 무단 침입하고, CLS 직원 6명을 폭행해 CLS의 배송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택배노조 간부 두 명을 지난달 26일 형사 고소했다.
이날 택배노조 측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CLS의 부당노동행위를 수사해달라며 서울고용노동청에 고발장을 냈다.
민노총은 작년에도 혹서기 근로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쿠팡 본사 로비를 무단 점거하는 등 쿠팡과 갈등을 겪어왔다. 그러다 지난달 CLS 지회를 설립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다이소물류센터지회 설립 이후 다이소도 취업규칙 등 노조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조 측은 아성다이소가 노조 활동에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측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을 준 바가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은 배달비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5일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사는 작년 9월부터 교섭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외에 신세계는 올 3월 창립 60여년 만에 첫 노조가 출범했고,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 회사 설립 70년 만에 노조가 결성, 부분 파업도 벌인 바 있다.
쿠팡, 다이소, 배민 등 주로 물류 관련 노조와 갈등을 겪으면서 업계에서는 작년 하이트진로 물류 파업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까 하는 우려가 높다.
작년 3월 하이트진로 물류 자회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은 운송료 인상 등을 이유로 본사 점거를 포함해 6개월 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시중에서 참이슬 품귀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회사 측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어야 했다.
앞서 작년 2월에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불법 점거하고 이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잘못하고 있는 점은 개선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노조가 지적하는 대부분 사안은 잘못된 내용이나 억지 주장이 많다”며 “최근 민노총 노조 간부들의 횡령, 배임, 폭행 등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일반 근로자들도 노조 가입률도 낮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노조 주장에 대한 반박이나 이를 거부하기 위한 명분은 충분하지만 당장 기업 운영에 방해가 되고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신뢰도 저하 등이 우려돼 사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물가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노조 문제로 발목을 잡힐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노조 이슈에 매몰되다 보면 당초 사업계획 실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