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0% 줄여도 아무 문제 없어"
與 '비례대표 축소' 방향으로 감축 가닥
'약자 배려' 등 비례대표 취지 상실 판단
巨野 반대로 당장 실현되긴 어려울 듯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이어 '의원정수 10% 감축' 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재명만 7명"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와 대비 효과를 가져가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정치개혁 경쟁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대표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를 10% 줄여도 일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 세금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것이 포퓰리즘이라면, 그런 포퓰리즘은 매일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 김 대표는 "국민의힘이 앞장서서 '결정적인 변화'로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국회의원 무노동·무임금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등 3대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의 의지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0여 명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친필 서명으로 화답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3대 정치개혁'과 관련해 "김 대표의 개인의 생각도, 우리 당만의 생각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뜻"이라며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다만 의원정수 감축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문제여서 현실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정된 지역의 선거구획정 조차 유불리를 따져가며 표 계산을 하느라 합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예민한 사안임을 고려한 듯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진행하면서도 의원정수 감축은 안건에 올리지 않았었다.
당내에서는 감축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비례대표 축소'를 상정하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여성·청년 등 정치적 약자를 배려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탁하자는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이미 상실됐다는 평가와도 무관치 않다. 과거와 달리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지역구 의원들이 많이 있는데다가 여성·청년 등 정치적 약자 배려는 각 당의 공천으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비례대표의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나 다수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전문성 발휘는커녕 2년차부터는 재선을 위한 지역구 물색과 관리에만 몰두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비례대표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해 여야가 진지하게 토론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스스로 의원정수 감축에 성공한 전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IMF 이후인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299석에서 273석으로 26석 감축하는 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립 격화, 세계 공급망 재편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른 국내 경기 악화와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감축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비례대표 축소 역시 거대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실현되기 어렵기는 매한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되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 결과 비례대표 확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비례대표 비율 확대를 주장하는 등 여야 간 간극이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논의를 통해 비례대표 축소 등 의원정수 감축 논의에 불을 붙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에 따르면, 여야 원내수석과 정개특위 여야 간사로 구성된 2+2 협의체는 다음 주 중 비공개로 만나 선거제 개편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다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했던 6월 합의 타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