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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3 설계자 ‘징계’ 검토…서울시 ‘고강도’ 대응에 술렁


입력 2023.07.20 13:57 수정 2023.07.20 13:59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압구정3구역 설계업체 선정 놓고 연일 ‘시끌’

조합 ‘무대응’…조합원 “시 요구 수용 vs 신통기획 포기”

“서울시도 조합도 어느 정도 양보해야…피해는 조합원 몫”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추진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조합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압구정3구역 조감도.ⓒ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으로 추진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조합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서울시는 설계공모지침을 어기고 설계자로 선정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에 대한 경찰 고발에 이어 징계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조합에서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축 추진이 또다시 불투명해질 위기에 처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0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희림을 서울시 건축사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징계위에선 최대 24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건축사사무소는 신규 사업 수주를 비롯해 기존 사업을 원활하게 관리하기 어렵게 된다.


앞서 시는 조합이 희림을 설계업체로 선정한 데 대해 ‘무효’라고 선언하며 재공모를 못 박은 바 있다. 신통기획 가이드를 준수하지 않고 설계업체로 선정된 것을 인정하게 되면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고 여타 지역에서도 비슷한 편법이 반복돼 신통기획 의미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단 우려에서다.


현재로선 조합이 시의 요구대로 재공모를 통해 설계자를 다시 뽑는 것이 갈등을 잠재우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것 역시 녹록지 않다. 이미 공모 절차를 거쳐 총회에서 업체를 선정한 가운데 그 결과를 엎고 무효로 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희림에 대한 입찰 자격 제한 여부도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재공모에서 희림이 공모 지침을 지켜 설계안을 마련한 경우, 입찰자격을 제한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법적 근거 없이 입찰 자격을 제한하거나 설계업체 선정을 무효로 하면 희림이 역으로 조합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희림 관계자는 “이 문제는 이제 저희 손을 떠났다. 조합과 서울시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가 경찰에 고발한 데 대한 결정이 나오고 조합이 어떻게 할지에 따라서 향후 일정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와 조합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조합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자 조합원들의 속만 타들어 가는 모습이다.


시의 요구를 수용하고 재공모를 진행, 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미 원활한 재건축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이상 신통기획을 포기하고 1대 1 재건축이나 민간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압구정3구역 조합원은 “조합에서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라는 식으로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니 조합원들만 답답할 노릇”이라며 “총회에서 희림이 용적률 300%에 맞춰 설계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는데 조합원들은 아직 이 설계안을 보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 18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서울시의 설계업체 선정 ‘무효’ 선언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거치기로 했다. 또 설계업체 선정에 대한 정당성을 홍보하는 영상 등을 제작·배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조합의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단 견해다. 오 시장이 구상하는 ‘그레이트 한강’ 역시 계획대로 추진되기 힘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이 또다시 무산되진 않겠지만 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합이 신통기획으로 가겠다면 사업 추진 단계별로 서울시와 업체 간 대화를 통해 합의를 보지 않으면 사업은 지지부진되고 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소유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인허가권자라 하더라도 주민들의 민원을 모두 배제하고 강제로 할 수는 없다. 서울시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가야 한다”며 “설계업체를 다시 선정하게 되면 소송에 걸려 시끄럽게 될 게 뻔하다. 조합도 시가 원하는 방향대로 설계를 변경하는 등 업체와의 합의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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