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준비된 코트 입고 돈 봉투 3개 넣으며 직접 시연
"정민용에게 돈 받고 정진상에 전달하려고 봉투에 넣어"
이재명 대장동 개발특혜·정진상 뇌물수수 재판 병합키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3000만원을 전달하기 위해 모직코트 속에 돈을 넣었다는 과거 상황을 법정에서 재연했다. 정 씨측은 10월에 모직코트를 입었느냐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11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씨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유 씨는 2020년 10월 정 씨에게 다시마 비료사업과 관련한 청탁 대가로 3000만원을 건넸다는 당시 상황을 시연했다.
유 씨는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돈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받았고 이를 정 전 실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지봉투에 넣었다"며 준비된 5만원권 현찰 뭉치를 봉투 3개에 나눠 담았다. 이어 당시 착용했다는 검은색 모직코트를 걸쳐 입고 봉투 2개를 안주머니, 1개를 바깥 주머니에 넣어 보이면서 "안주머니에 단추를 채워 잠갔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코트는 유 씨가 과거에 제출한 것을 검찰 측에서 준비했고 5만원권 600장과 봉투 등은 변호인 측에서 챙겨왔다. 재판부는 '현금 모형'이라고 언급했다. 정씨 변호인은 "옷이 굉장히 두꺼워 보이는데 10월에 모직 코트를 입었느냐"고 지적했다. 유 씨는 "당시에 쌀쌀해서 입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 측이 "당시 아침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졌었다"며 유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자 정씨 측은 "두꺼운 봉투를 3개나 두꺼운 코트 주머니에 넣어 전달하는 상황이 부자연스럽다"며 진술 신빙성을 거듭 문제 삼았다.
유 씨는 정 씨의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3000만원을 전달한 과정도 직접 시연했다. 유 씨는 "정 씨의 방에 캐비닛이 있었다. 서랍을 열고 돈을 넣었다"며 "정 씨의 자리 앞에 원탁이 있었고 뒤쪽으로 출입문이 있었다. 원탁에 앉아서 둘이 얘기를 했다"고 했다.
정씨 변호인은 "유 씨가 자신이 석방될 것을 알고 있었고, 검찰에 수차례 불려가면서 진술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씨의 검찰 출입 기록을 증거로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검찰 측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혐의 재판과 정 씨의 뇌물 수수 혐의 재판을 병합했다. 형사합의33부는 현재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재판도 심리하고 있다. 정 씨는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별도로 기소된 정 씨의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뇌물 혐의 재판을 합쳐 효율적인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병합 후 첫 재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이렇게 되면 현재 3개의 합의재판부가 심리 중인 대장동 관련 재판은 총 5건에서 4건으로 줄어든다.
형사합의22부는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배임 혐의를 심리 중이다. 형사합의23부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과 정 씨에 대한 유 씨의 뇌물 공여 혐의 사건 재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