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총선 예비후보 등록' 앞두고
여야, 비례대표제 논의 '지지부진'
與 "준연동형 폐지" vs 野 "개혁성과 지속"
내부에선 '이준석·조국 신당' 변수에 '복잡'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놓고 여야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병립형 회귀'를 주장해왔던 국민의힘은 최근 '이준석 신당'이 부상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더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른바 '조국 신당'이 위성정당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주장했던 제도를 폐지하고 다시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이처럼 비례제를 둘러싼 양당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만큼 정치권에선 실제 합의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 지도부에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선거제 개편 협상을 마무리 지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의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이 12월 12일인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안으로 논의를 끝내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달 안으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선거제 논의를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지역구 선거는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에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서는 장시간 논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를 뽑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총선 당시 유권자가 찍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이다. 병립형은 지난 2016년 총선까지 적용된 방식이다.
두 번째는 정당 득표율을 전체 의석수와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는 연동형이다. 일반적으로 연동형은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더 주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만큼 소수정당에 의석이 돌아갈 기회가 더 많은 방법으로 여겨진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선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에만 연동형를 적용했기 때문에 '준(準)'이 붙었다. 17석은 병립형으로 선출했다.
지금에 와서 비례대표제 논의가 재부상한 이유는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제가 '꼼수 위성정당'이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인한 의석 감소를 회피하기 위해 각각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비례의석을 몰아준 뒤 합당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제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데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준연동형 비례제는 민주적 정당성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게 요지다.
이준석 신당의 출현 가능성 역시 국민의힘이 병립형 복귀를 외치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이준석 신당이 준연동형 비례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준석 신당 문제가 아니더라도 애초에 합의가 되지도 않았고, 도입 이후 문제가 있었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닌가"라며 "병립형 복귀가 양당이 더 커지는 결과가 예상된다면 제도를 기본으로 수정해서 시행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표면상으론 병립형 회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고 있는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 21대 총선에 앞서 준연동형 도입을 밀어붙인 것이 민주당 자신들인 만큼 이를 갑자기 뒤집기엔 국민들의 시선이 부담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 병립제 회귀는 안 된다. 비례성을 높여 다양한 민심을 담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가야 한다"며 "지금의 준연동제 개혁성과라도 지켜야 한다. 준연동제를 유지하면서,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비례의석이 줄어들게 되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여기에는 조국 신당의 출현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다만, 이준석 신당과 달리 조국 신당은 친(親)민주당 성향이 짙은 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선 준연동형을 포기하자니 과거 주장이 무색해지고, 그대로 두자니 의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애초 이런 선거제를 만들고 꼼수를 쓴 것이 민주당인 만큼 위성정당 금지법 같은 겉핥기식 대책이 아니라 진짜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를 갖고 나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