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어려운 미래 대해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고 늘 생각…임직원·국민 사랑 받는 것 목표"
"지분 위해 주주에게 피해 입힌다는 생각, 상상조차 한 적 없다…회사에 도움될 거라 판단"
"사회적 책임 다해야 하는 사명 주어져…책무 다하기 위해 모든 것 쏟아 부울 것"
"평생 회사 위해 헌신한 다른 피고인들에겐 선처 부탁"…2024년 1월26일 선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인위적 주거부양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결심 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은 맹세코 없다"며 "잘못이 있다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인 만큼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을 언급하면서 목이 메인 듯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은 이 회장에 대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에 진행된 결심 공판에선 변호인들의 최후 변론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저는 오래전부터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 신사업 및 신기술투자 등 통해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이뤄내고 회사가 잘 되어 임직원과 주주 고객 협력회사 임직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제 목표였다. 두 회사의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 조차 한 적 없다"며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배구조 투명화, 단순화하라는 사회전반 요구에도 불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검사님들이 주장하는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거나, 속인다거나 하는 그런 의도가 결단코 없었다는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기본적 책무가 있다. 이병철 회장이 창업하시고 이건희 회장이 글로벌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걸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담담히 최후진술을 이어가던 이 회장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을 언급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목이 메인 듯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끝으로 "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 아울러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분들께 늘 미안하고 송구스러웠다"며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있다면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이 사건이 자본시장에 관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어떤 고려를 하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시장의 일반적 시각과 반하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발생했다"며 "이 사건 합병에 대해 경영권 승계만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합병을 위해 물산에 손해가 생겼다고 보고 있는데 이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사실관계로 보나 법리로 보나 유죄로 인정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앞서 오전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각종 위법행위가 동원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이미 경험한 삼성은 다시 이 사건에서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해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과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점, 실질적으로 피고인에게 이익이 귀속된 점 등을 종합해 재판부에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오는 2024년 1월26일 오후2시 진행된다.
이 회장은 부회장 직책이던 당시 경영권을 승계하고 삼성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라는 문건에 주목해 회사가 이 회장의 승계계획을 사전에 마련했고 이에 따라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관여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