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으로 모이는 당내 기류에 제동
韓, 하책 아니지만 상책도 아니라 본듯
"혁신을 넘어 혁명적 사고가 필요한 때
보수 넘어 중도도 포용할 판짜기 필요"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국민의힘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보수를 넘어 중도층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 모이고 있는 당내 기류를 향해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흠 지사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김태흠의 충언'을 통해 "다 쓰러져 가는 집 문 앞만 페인트칠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며 "이번 비대위는 집을 새로 짓고 간판까지 바꿀 정도의 환골탈태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비상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동훈 장관을 "삼고초려 해서라도 모시자"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원내 일각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총의가 모이지는 못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8일 이번에는 원외당협위원장까지 함께 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 문제를 결론짓는다는 방침이다.
비상의총 등을 통해 당내 주류의 공감대가 '한동훈 비대위'로 모이고 있다는 관측인 가운데, 김 지사가 '한동훈 비대위'는 하책(下策)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책(上策)도 아닌, 당면한 위기 상황을 혁명적으로 타개할 방안까지는 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셈이다.
김태흠 지사는 "당 문제를 수습하려고 모인 의원총회를 보니 답답하고 안타까워 한마디 한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혁신을 넘어 혁명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며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는 고민 속에 그에 맞는 목수를 데려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韓, 비대위보다는 선대위가 낫다고 제안
"한동훈 등판 시기 적절한지 문제도 봐야
선대위원장 하며 전국 선거 지원이 낫다
지금 등판하면 자칫하면 '제2의 황교안'"
이어 "총선에서 공천이 중요하다지만 자갈밭에 좋은 씨앗을 뿌린들 식물이 잘 자라겠느냐"라며 "비대위 구성은 당 구성원 모두가 유불리와 이해득실을 떠나 다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기회에 보수 울타리를 넘어서서 중도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 정치는 종합예술"이라며 "현명한 판단으로 개신창래(開新創來·새로운 도전으로 더 나은 미래를 열자는 의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평소 김 지사는 중앙정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에는 '김태흠의 생각'이라는 표제를 사용해왔으나, 이날 페이스북에서는 이례적으로 '김태흠의 충언'이라는 표제를 뽑았다. 그만큼 총선을 앞둔 민심이나 당내 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고, 고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차기 대권주자의 경우에는 등판 시기가 적절하느냐의 문제도 봐야 한다"며 "선대위원장을 하면서 비례대표를 받아 총선 때 전국 선거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이 더 낫지 않겠느냐. 지금 등판하면 자칫 '제2의 황교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고민 지점을 던졌다.
아울러 "원래 우리 당 출신이 아닌 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총선을 눈앞에 둔 이번 비대위원장 인선에 있어서는 보수의 울타리를 깨서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대위원장이 누가 된다고 해서, 그렇다고 우리 국민의힘이 보수정당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분위기를 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