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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한동훈 첫 대면 어땠나…앞에선 웃었지만 뒤에선 "김건희 특검" 일합 겨뤄


입력 2023.12.29 23:56 수정 2023.12.30 00:14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韓, 여당 대표 자격으로 '카운트파트' 李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쌍특검법 언급 없었지만

백드롭엔 대통령실에 수용 요구하는 문구 적혀

쟁정법안엔 "반대 안할 거라 생각" 면전압박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민주당 대표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인사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두 사람은 29일 오후 국회본청 민주당 대표실에서 한동훈 비대위 출범 후 처음으로 공식 대면하게 됐다. 앞서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보고했고, 이 대표는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카운트파트'로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의 만남에는 큰 관심이 모였다.


뿐만 아니라 여야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주가 조작 의혹 특검)이 강행 처리 돼 가파른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한동훈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를 조준해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고 있느냐"고 발언하고, 이재명 대표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야당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한 위원장을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며 연일 신경전이 펼쳐지던 상황이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일단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의 만남에선 표면적으론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데 공감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비공개 회동에서 역시 두 사람은 양측 간 힘겨루기 등 감정싸움을 자제하자고 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회동 후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명백한 악법"이란 뜻을 분명히 하는 등 공개적인 공방만 없었을 뿐 두 사람의 만남이 갖는 긴장감은 팽팽했다.


일정이 시작되자 양당 지도부는 동반 입장을 하고, 두 사람은 웃으며 서로 악수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어진 참석자 소개에서 한 위원장의 이름이 호명되자 이 대표는 "환영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각 당의 지도부가 한 명씩 소개될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쌍특검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직전 최고위원회의 당시(27일) 뒷걸개(백드롭)에 있던 '2024 민생예산 민주당이 지켰습니다'라는 문구는 그 사이 '김건희 특검 / 대통령이 수용하라'로 변경됐다. 이 같은 문구를 '포토월' 삼은 두 사람의 '투샷'이 공개 순서 내내 카메라에 담겼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환대해 줘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을 이끌게 된 다음에 처음 뵙게 되는 것 같다. 급작스럽게 취임하게 돼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말씀을 올렸는데도 흔쾌히 빨리 일정을 잡아주셔서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분명히 많이 있겠으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대표님을 처음 뵈러 와서 말씀을 많이 듣고 가겠다"고 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취임과 방문을 환영하고 또 축하드린다"며 "일국의 집권여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아마 큰 포부도 있을 것이고, 또 앞으로의 계획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은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특히 "하고자 하는 일들을 제안해 주시면 우리가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것이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덕담을 주고받는 듯했지만, 곧이어 이 대표의 뼈 있는 발언이 이어지며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 위원장의 예방에 앞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집권여당의 대표는 야당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협치 그런 것은 아예 마인드에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대표는 회동에서 "국가와 국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양당의 이견이 큰 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하라는 '면전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서민과 약자 편에 서고 싶다'던 한 위원장의 법무부 장관 이임식 발언을 인용하면서 "정말로 감사한 말씀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좀 협력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나 드린다. 크게 반대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민생'을 고리로 대여 공세를 가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전세사기 특별법 문제"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서민과 약자는) 전세금과 전 재산을 다 날리고 어쩌면 빚을 져서 조달한 그 소중한 전세 자금을 다 잃게 돼 길바닥에 나앉아야 될 상황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선구제를 해주고 일부나마 후에 구상하는 방식에 함께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의 이날 만남은 20분 정도 이어졌다. 양당 수석대변인은 10여 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회동에선 한 위원장과 이 대표가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뒤 이태원 참사 특별법, 또 선거법 처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쌍특검의 재표결 문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비공개 순서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말씀대로 '특검의 티읕('ㅌ')자도 (비공개 때 이야기가) 없었다"고 하면서도 "백드롭엔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당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상생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분위기 좋게 나눴다"고 밝혔다. 또 "예를 들어서 선거제도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선 서로 무용한 힘겨루기라든가 감정 싸움을 하지 말고 결정할 게 있으면 둘이 신속하게 결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의 재의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법은 총선을 뒤덮고 국민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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