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생활가전·TV 작년 영업익 2조 웃돌아…B2B·B2C 고루 성과
삼성전자, LG전자와 2배 격차…올해는 고부가·AI 제품으로 반전 시도
LG전자가 지난해 가전·TV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완승을 거뒀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선전·원가구조 개선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따돌렸다.
올해 LG전자는 프리미엄·볼륨존 공략을 모두 강화하는 한편 냉난방공조(HVAC)를 중심으로 B2B(기업간 거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AI 스크린 시대' 선도를 추진하면서 시스템 에어컨·빌트인 등 고부가 사업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H&A(생활가전)·HE(TV)사업본부 합산 매출은 44조3723억원으로 전년 45조6221억원과 견줘 2.7%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조3702억원을 기록, 전년(1조1413억원) 수준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H&A 부문이 지난 4분기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상반기에만 영업이익이 2조원을 웃돌아 이 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H&A 연간 영업이익은 2조78억원으로 LG전자 연결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56.6%에 해당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감율을 보면 LG전자가 2022년과 비슷하게 판매하고도,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V·가전 침체 속에서도 영업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이익 비중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호조와 더불어 물류비 하락 등 원가 구조가 두루 개선된 영향이 컸다. 지난달 26일 실적발표회에서 LG전자는 "재료비, 물류비 등에서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품 측면에서는 프리미엄 및 신가전 제품 효과 뿐 아니라 수요가 몰리는 볼륨존에서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가전 구독 등 신규 사업 역시 성과가 있었다.
다만 TV(HE) 부진은 뼈아픈 대목이다.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3624억원으로 전년(54억원) 수준 보다는 높지만 성장세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전반적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TV 수요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4분기에는 마케팅 비용 마저 늘어나며 72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과 H&A의 의미 있는 외형 성장이 있었으나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과 일부 일회성 비용 집행으로 아쉬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VD(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사업부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56조4000억원으로 전년(60조4400억원)과 견줘 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2500억원으로 전년(1조3500억원) 수준을 7.4% 밑돌았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500억원의 적자를 내, 2022년 4분기(600억원 적자) 이후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해운 운임 하락 및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 완화 등 전체 고정비 부담이 줄었음에도 결과적으로 LG전자와 격차가 2배 벌어진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대목이다.
이는 TV 사업 부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VD·가전 전체 매출은 6.9% 감소했고, 이중 VD 매출(30조3800억원)은 8.7% 줄었다. 이익 비중이 큰 VD 매출 감소폭이 생활가전 보다 더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TV 사업 이익 증가가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한다.
생활가전에서도 막판 뒷심(4분기)을 발휘하지 못했다. IBK투자증권은 "VD는 물량 확대로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전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로 영업적자전환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TV 판매량은 기대치에 대체로 부합했지만 예상 보다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4분기 "VD 부문에서는 시장 수요 정체 및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수익이 감소했고, 가전 부문에서는 수요 역성장 속 경쟁 심화로 실적이 둔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LG전자가 완승을 거뒀지만, 올해 승부는 또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는 TV·가전 역상장 기조에도 프리미엄 제품·B2B 겨냥 제품을 통해 이익 증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생활가전사업의 경우 LG전자는 주력 B2C 제품에서는 볼륨존 공략을 강화하고 B2B에서는 냉난방공조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라이프스타일 중심 라인업 다변화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TV 부문은 양사간 OLED TV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OLED TV가 2022년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투명 OLED TV, 무선 OLED TV 등 차별화 제품으로 고객 어필에 나서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 및 마이크로 LED 등 기존 프리미엄 외에 OLED 라인업도 강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증권가는 LG전자의 H&A·HE 사업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를 2조5780억원(대신증권), 2조2133억원(미래에셋증권)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가전·VD의 경우 1조8530억원(한국투자증권), 1조2000억원(하나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