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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도 말도 ‘다정하게’ 티모시 샬라메…‘듄2’ 내한 5인 5색 말맛① [홍종선의 연예단상㊶]


입력 2024.02.25 14:01 수정 2024.02.27 16:5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달라진 할리우드 감독·배우 내한 풍경

큰 에너지 주는 한국 시네필 덕에 위상 ↑

관객사랑 당연히 여기지 않는 태도 인상적

6년 전 부산영화제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 ⓒ방규현 기자


“진심으로 큰 힘을 받았어요. 할리우드에 돌아가면 배우들에게 꼭 한국에 가서 한국의 영화 팬들을 만나 보라고 얘기할 거예요”(휴 잭맨, 2006년)


“소문대로네요. 정말 예상 이상으로 뜨겁게 환대해 주셔서 감동했어요. 제가 굉장한 스타라도 된 기분이에요.”(벤 스틸러, 2008년)


배우 톰 크루즈는 1994년부터 영화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배우들은 홍보를 위해 세계를 돌 때 아시아는 일본 도쿄까지만 왔다. 기자들은 일본으로 건너가야 미국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기자들의 단골 질문으로 ‘한국에는 올 생각이 없느냐’가 나왔다. 이구동성으로 “언젠가는 가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의 얼굴하트도 아는 할리우드 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티모시 샬라메, 감독 드니 빌뇌브, 배우 젠데이아 콜먼·스텔란 스카스가드·오스틴 버틀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제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 홍보의 필수 코스가 됐다. 어떤 영화는 미국과 동시 개봉해 글로벌 관객 반응을 확인하고 예측하는 ‘기준’으로 한국을 삼기도 하고, 몇몇 영화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유독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기도 한다. 한국 관객들의 정확한 눈, 비교 불가의 뜨거운 영화 사랑에 대해 입소문이 제대로 난 결과이고 계기다.


한국 관객의 영화 사랑은 자비로 국제영화제를 찾는 시네필(영화광) 수준이다. 칸을 비롯해 국제영화제에 가면 감독과 배우 등 영화인들을 열렬히 환영하고, 맘껏 즐기며 관람한다. 분위기가 흥성스럽다. 한국을 찾은 외국 배우들은 우리 관객들에게서 그 이상의 영화 사랑, 영화인 사랑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제 기간이 아니어도, 그곳이 어디든 그때가 언제든 그 열기가 대단하다며 엄지를 세운다.


슬럼프에 빠져 있다가도 기운이 번쩍 날 만큼 ‘에너지를 충전해 주는’ 한국의 관객들,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내한 영화인들은 레드카펫 행사나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출연한다. 뿐인가. 바쁜 틈틈이 서울 구경도 하고, 맛있다고 소문나고 인심 후해서 놀라는 ‘K-푸드’를 즐긴다.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의 출연은 내한 전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시네필들의 사랑이 이뤄낸 결과 ⓒ출처=조세호 SNS

영화 ‘듄2’(감독 드니 빌뇌브, 수입·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홍보 차 한국을 찾은 5인방도 마찬가지다.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어디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는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5인방이 어떤 행사나 프로그램에 참여할지가 전 국민적 관심사다.


지난 21일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물론이고 배우 티모시 샬라메, 젠데이아 콜먼, 오스틴 버틀러, 스텔란 스카스가드(당시 착석한 왼쪽부터의 순서)는 한국인들의 환대와 영화를 향한 관심에 깊이 감사했다.


한국어 사회자와 영어통역사가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전하고, 동시통역사가 배우들의 대답을 실시간 전하는 방식으로 내한 기자회견이 이뤄졌다. 같은 언어로 원활히 의사를 주고받는 게 아님에도, 한 사람의 동시통역사에 의해 전달되는 것임에도 내한한 ‘듄2’ 주역들, 5인 5색의 말맛은 사뭇 달랐다.


미소도 다정하게 ‘다정남 티모시’ ⓒ방규현 기자

먼저 티모시 샬라메는 ‘친절한 톰 아저씨’와는 또 다른 나이스 가이, ‘다정남 티모시’의 면모를 과시했다. 카페에서 커피도 ‘다정하게’ 기다려 주더니, 말 한마디를 해도 다정했다.


“‘웡카’를 비롯해 저의 모든 영화를 반겨 주셔서 감사해요. 전 세계 어느 곳보다 환대해 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시간 내 이 자리에 와 주신 기자들께도 감사합니다.”


“관객분들께서 혼란스러우실 듯해요. 초콜릿 팔더니(‘웡카’) 우주에서 뭐해(‘듄’ 시리즈)? 진지하게 답하자면, 한국은 영화에 대해 뜨겁고 진지한 나라입니다. 풍부한 한국영화의 역사를 느껴서 기쁘고, 그런 곳에서 영화를 소개해서 기쁩니다.”


“정신적 절제와 수많은 아이디어, 이 책(‘듄’의 원작 소설)을 읽기 전에 몰랐던 것들, 폴(자신이 맡은 배역)을 탐구하며 알게 된 것들, 다 감사합니다.”


“한국 팬들을 만나고, 선물 많이 주시고 손 편지 주시고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듄’을 계속해서 많은 분이 즐기셨으면 좋겠고, 그렇게 해 주신다는 게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덕분에 더 감사합니다.”


영화 ‘듄’ 시리즈의 주역, 감독 드니 빌뇌브와 배우 티모시 샬라메(오른쪽부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모든 말에 감사와 기쁨이 충만했다. 또, ‘듄친자’(영화 ‘듄’에 미친 자)라는 단어가 한국에 있는 것을 아는지 묻자 “바로 옆에 계신 감독님 덕분입니다. 영화를 뛰어나게 만드셨고, 원작 소설도 영화에 다 들어있어요. ‘듄친자’들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듄친자’ 감사합니다”라고 답한 뒤.


자신의 ‘듄친자’ 발음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통역사에게 재차 발음을 청해 제대로 발음하려 애쓰며 “듄친자” “듄친자” 공을 들였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분들을 칭하는 표현에 대해 정확히 발음하는 게 최소한의 ‘보답’이라는 듯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본인이 출연한 영화들을, 또 ‘듄’ 시리즈를 관객이 계속해서 사랑해 주신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알기에 더욱 감사하다는 표현. 길지 않은 말임에도 나름 짧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며 배우로서 마음가짐을 다졌던 티모시 샬라메의 바탕 철학이 보였다.


티모시 샬라메의 다정함은 자신의 발언에 앞서, 방금 말한 이의 말에 공감을 표한 뒤 본인의 말을 꺼내는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젠데이아 콜먼(챠니 역)이 ‘듄’이라는 세계관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해 ‘영광’을 말한 뒤 바통을 이어받았을 때, 샬라메는 “모두 공감합니다. 영광, 저도 그 느낌을 알아요. 대단한 드니 빌뇌브 감독과 함께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콜먼의 말에 공감을 표함과 동시에, 현재 그들이 선 영광의 자리가 가능했던 일의 일등 공신이 감독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발언이다.


주고받는 인터뷰가 아니라 말하고 싶으나 말할 수 없었다. 영화 ‘웡카’ 상영이 끝나기도 전에 ‘듄2’가 와서, 혼란스럽지 않고 두 가지 다른 맛의 초콜릿을 즐기듯 즐겁다고. 연이은 개봉이 반가운지 눈살이 찌푸려지는지로 그 배우에 대한 호감도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현재 티모시 샬라메 당신은 ‘보고 또 보고’ 싶은 사랑을 한국 대중에게 받고 있다고.


선한 의지와 선한 영향력으로 ‘나눔과 협력의 미학’을 보여준 영화 ‘웡카’의 윌리 웡카, 정치적 지도자가 종교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나라와 국민의 명운을 어느 나락까지 이끄는지에 대해 경고하는 영화 ‘듄’ 시리즈의 폴.


어떠한 인물이든 너끈히 소화하며 21세기 초반 세계영화의 중심이 된 티모시 샬라메의 극과 극 눈빛을 극장에서 마음껏 즐겨보자.


‘진지’ 오스틴 버틀러, ‘유머’ 스텔란 스카스가드…‘듄2’ 내한 5인 5색 말맛➁ [홍종선의 연예단상㊶]…로 이어집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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