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양돈농협 축산물 공판장 가보니
정부, ‘눈속임·과지방 삼겹살’ 전쟁 선포
삼겹살 비계는 ‘1㎝’까지만…매뉴얼 배포
약 2만6500평 크기의 대전충남양돈농협 포크빌 축산물공판장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멀찍이 보이던 큰 건물엔 우리가 먹는 축산물이 가공되고 있었다. 회색빛 공장은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했다. 이곳에선 축산농가에서 받아 온 소, 돼지를 가공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포크빌 축산물 공판장은 국내 최대 도축 및 육가공 시설 중 하나다. 축산물공판장 안을 들어가 보니 현장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작업자들이 가공 중인 현장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공판장 관계자의 시설 설명을 들은 뒤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가려진 작업장을 걷기 시작했다.
먼저 보인 작업장은 소 작업장이었다. 출입통제구역이라 2층 창문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큰 눈으로 두리번거리던 소가 큰 고깃덩어리로 변해 선별장로 옮겨지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유리창 넘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작업자들의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각 위치에 있는 작업자들은 서로의 역할을 도맡아 외피 탈피, 피 제거, 내장 제거 등을 진행했다. 선별장으로 가기 전 한우 몸통은 이분체 분할작업을 통해 반으로 갈라져 하얀색 안전모를 쓴 직원에게 평가를 받는다. 큰 톱날로 한우 몸통을 정교하게 가운데로 자르는 직원은 작업자 중 가장 베테랑이라고 한다. 이어 충남에서 파견된 축산물 평가 담당 공무원이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이상이 없는지 제대로 살펴본 뒤 다음 작업으로 보내졌다.
돼지 작업장도 유사했다. 도축 선진국인 덴마크에서 가져온 설비를 토대로 건축 설비를 마련했다. 각 부분육의 근육과 내장 등이 손상되지 않게 자동화된 로봇을 사용했다. 포크빌축산물 관계자는 “좀 더 좋은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노력 중”이라며 “오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5번에 달하는 선별 작업을 거쳐 소분할한 뒤 기준 미달의 삼겹살을 걸러냈다. 서류상의 돼지 무게와 등 지방 두께 등을 측정해 1차로 좋은 돼지를 판별한다. 2차로 앞다리와 뒷다리를 제거하면서 대략적인 지방량 확인하고 색깔, 조직감 등도 평가한다. 이후 3, 4차 과정에서 기준에 맞게 손질하고 포장 작업을 끝낸 뒤 마지막 점검을 진행했다.
돌아온 삼겹살데이…‘비곗덩어리’와의 전쟁
올해로 21번째를 맞는 삼겹살데이는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낸 시민에게 답례품으로 보낸 삼겹살 3분의 2가 ‘지방 덩어리’라는 항의를 받으면서다. 최근에는 서울 한 식자재마트에서 절반 이상이 지방으로 이뤄진 삼겹살을 판매했다는 내용의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비곗덩어리 삼겹살이 논란을 빚자 정부와 국내 대형 유통업체 등은 삼겹살 품질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육가공협회와 대형마트 축산업 관계자에게 삼겹살 품질 관리 매뉴얼을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도매로 들여오는 원물 삼겹살과 소매로 판매하는 소포장 삼겹살의 경우 껍데기 쪽에 붙은 지방 두께를 1㎝ 이하, 오겹살은 1.5㎝ 이하까지 제거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과지방 부위는 폐기를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유선·복지방 제거, 미추리 정선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국내 대형 마트 3사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계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포크빌 축산물 공판장에서도 농식품부 권고 기준과 각 유통업체에서 원하는 비계 두께를 파악해 제거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포장·검수작업을 거치는 작업장에서 품질 평가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정부 기준과 업계가 요청하는 부분을 고려해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성 부여는 어려운 부분
정부가 배포한 매뉴얼 자체가 권고사항인 만큼 강제성은 없다. 벌금 또는 과태료 등이 없다 보니 비곗덩어리 삼겹살의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방함량에 대해 획일적으로 기준을 정하거나 이행을 강제할 수 없어 과지방 문제는 언제나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업체의 부도덕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자, 가공·유통업계, 소비자 등이 홍보와 감시·견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비계 삼겹살 문제는 돼지고기 등급제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농식품부는 지방의 정도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다양하고 도축장이 아닌 소분할 업체에서 등급 판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소분할업체가 5만개 이상이라 그 비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아울러 정부는 삼겹살데이 전후로 식약처와 가공·유통업체 대상 점검·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관 부처 등과 협력해 미흡한 업체는 운영·시설자금 등 지원사업 대상에서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삼겹살의 지방 정도를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삼겹살 부위별 지방특성 정보, 투명 포장재 활용 권장, 숨겨 파는 행위(일명 밑장깔기) 지양 등의 내용도 매뉴얼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