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에 대응해 와우 멤버십 요금 조정에 나선 가운데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와우 멤버십 요금을 종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말 멤버십 요금을 4990원으로 올린 지 약 2년 4개월 만이다.
월 요금 7890원은 13일부터 멤버십에 신규 가입하는 회원에 적용된다. 기존 월 요금 4990원을 내던 회원들은 오는 8월부터 새로운 요금이 적용될 예정이다.
와우 멤버십을 이용하면 무료 로켓과 당일배송, 신선식품 새벽배송(1만5000원 이상 구매), 무료 배달·직구·반품은 물론 쿠팡플레이 시청이 모두 가능하다.
쿠팡이 가격을 올린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요금 대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만 무료 로켓배송과 상품 할인,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에만 4조원 규모의 소비자 혜택을 제공했다.
또 무료 배송·배달·직구·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반품 혜택을 모두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비회원과 비교해 연간 97만원 가량의 절약이 가능하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와우 멤버십 회원(1400만명)의 월 요금(4990원)으로 본 연간 구독료 총합은 8383억원 수준이다. 향후 7890원으로 오르면 연간 구독료 총합 추정치는 1조3255억원 규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해 첫 흑자전환을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중국 알리·테무가 급성장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재원 확보 필요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1조5000억원 투자에 맞서 쿠팡이 앞으로 3년간 3조원 이상 투자해 전국 5000만 인구에게 무료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업계에선 “쿠팡의 절박함이 표출됐다”는 반응이 제기된 바 있다.
쿠팡의 수익성은 현재 업계에서 꼴찌 수준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로, 신세계·이마트(10%), 현대백화점(7.2%), 롯데쇼핑(3.5%), GS25(3.5%) 등 지난해 주요 유통기업 대비 낮은 수준이다.
반면 국내 출혈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 익스프레스의 지난 3월 국내 이용자 수는 887만명으로 2022년 3월 218만명 대비 4배 이상 늘었고, 테무의 이용자 수도 829만명으로 전달보다 42.8% 급증했다. 2개 업체 합산 이용자 수만 1716만명으로, 1위 쿠팡(3087만명)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쿠팡보다 우위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가총액이 500조원에 달하는 알리의 모회인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조원과 2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테무의 모회사인 중국 핀둬둬(PDD)홀딩스의 시가총액도 200조가 넘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6조원, 11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