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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추락사망' 호텔 대표, 운전자 과실 주장…판사 "지뢰밭 피하란 것이냐" 호통


입력 2024.04.16 09:06 수정 2024.04.16 09:10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호텔 대표 및 관리자, 1심서 징역 1년 4개월 및 금고 10개월…업무상과실치사

호텔 대표 "증거 영상 봤을 때 잘못 전혀 없어…비전형적이고 이례적인 사고"

재판부 "상대 잘못 있다고 내 잘못 없나…시한폭탄 언제 터지냐만 남았을 뿐"

"낯선 환경서 주차하던 피해자 헷갈려 제동장치 구분 못했을 가능성도"

2021년 9월11일 저녁 차량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한 서귀포시의 한 호텔 기계식 주차장.ⓒ제주방송

3년 전 제주의 한 호텔 내 기계식 주차장에서 발생한 차량 추락 사망사고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호텔 대표가 항소심에서 '운전자 과실'을 주장했다가 재판장의 질타를 받았다.


16일 제주방송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1심에서 각각 1년 4개월과 금고 10개월이 내려진 호텔 대표 A씨(59)와 관리자 B씨(41)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서귀포시의 한 호텔 기계식 주차장의 운영·관리를 소홀히 해 30대 남성 관광객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당일 피해자 C씨는 저녁 7시 35분께 호텔에 투숙하기 위해 기계식 주차장 앞에 정차 후 하차한 순간 움직이는 차량을 멈추려 황급히 운전석에 탑승했다가 7.3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2015년 정해진 설계에 따라 사용 승인을 받은 이 호텔의 기계식 주차장은 2년 뒤인 2017년 관할관청의 허가 없이 기존 진출입로가 폐쇄되고, 새로운 진출입로가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기계식 주차장 관련 교육을 이수한 관리인은 상주하지 않았고, 차량이 대기할 수 있는 정류장조차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 내내 주차장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 등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해왔다. C씨가 기어를 드라이브에 놓고 다시 탑승한 뒤 브레이크와 엑셀을 오작동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A씨는 피해자 유족이 참석한 이날 항소심 재판에서도 "증거 영상을 봤을 때 잘못은 전혀 없었다"며 "비전형적이고 이례적인 사고"라고 피해자의 잘못이 크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재판부는 "상대 쪽에 잘못이 있다고 내 잘못이 없어지는가"라며 "호텔에 설치한 시한폭탄이 언제 터지냐만 남았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또 "지뢰밭을 두고 알아서 피해 가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이런 황당한 주장은 처음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낯선 환경에서 주차하던 피해자가 헷갈려서 제동 장치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법에서 관리인을 두라고 통제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고인인 B씨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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