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계엄령] 저질러놓고…입 꾹 닫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4일 새벽 6시간여 만에 계엄령을 해제한 뒤 5일까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5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로 발생한 국내외 혼란에 대해 사과하고 계엄 선포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여권에서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오늘 대통령 입장 발표는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하기로 못 박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이 담화에 나섰다가 자칫 여론을 더 악화시켜 여당의 이탈표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며 대통령실 참모진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현재 갖고 있는 '민주당의 폭거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인식이 담화를 통해 재차 부각될 경우, 부정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이 일단 '윤 대통령 탄핵 반대'로 당론을 정한 만큼, 탄핵소추안 표결 이후 여론을 살펴본 뒤 수습 메시지를 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발표 이후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대신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후임에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고 밝혔다.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 사실상 첫 조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김 전 장관 해임을 거부하고, 김 전 장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최측근으로 꼽힌다.
정 실장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들어선 후 1분간 인사 발표 원고를 읽은 뒤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고 곧바로 별도 출입문을 통해 퇴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비상계엄 사태 전말에 대한 소상한 설명과 대국민 사과, 납득할 만한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도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외신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는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이 전날 보도한 서울발 기사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비상계엄령 발동이 너무 무리한 일이고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엄밀하게는 합헌적인 틀 안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미 임단협도 끝냈는데... 정치 구호 내건 산업계 파업 논란
계엄 사태 이후 정치 파업이 공공 부문에서 점차 민간으로 번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명분 없는 정치 파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속노조 등이 내거는 '정권 퇴진' 구호 탓이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차와 한국GM·현대모비스·발레오만도 등 주요 사업장은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금속노조 상급인 민노총의 무기한 총파업 지침에 따른 것이다.
5일과 6일 양 일간 2시간씩 전 조합원이 생산을 멈추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까지 퇴진하지 않을 경우 11일부터 파업 강도를 훨씬 높여 무기한 전면 파업에 나설 것"이란 방침도 밝혔다.
다만 이같은 방식이 불법성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이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이 타결된 상황이다. 추가 파업의 명분이 근로 조건 개선이 아닌 정치적 파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현대차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적법한 파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부터 철도노조 역시 파업을 시작했다. 시민들의 발이 묶인 것은 물론 육상 물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된다면 당연히 피해가 더 누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패한 계엄령] 주택공급 등 부동산 국정과제도 동력 상실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후폭풍으로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시장의 공급 부족 인식을 잠재우기 위해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올해 5만가구, 내년 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주택공급 점검회의가 취소되는 등 주택공급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공식 일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4일 열릴 예정이었던 ‘공공주택 공급 실적 및 공급계획 점검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 회의는 국토부와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로, 올해 주택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계획을 재정비하는 자리였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공동 준비해온 ‘인천남동산업단지 민관합동 문화융합 협의체 발족식’도 취소됐다.
이는 지난 2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산업단지 조성계획의 후속조치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계엄 사태 자체가 부동산 시장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무위원 전원이 사퇴를 표명한 가운데, 의회가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공급 정책 관련 입법 사안은 물론, 시행령 개정마저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 방안에서 대부분이 법령 통과가 전제가 돼야 하는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도 상당수다.
여기에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법안 통과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까지의 상황처럼 국회에 계류돼 있다면, 결국 정부가 계획한 공급 물량을 차질없이 이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발의된 법안들이 앞으로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야당의 반대를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은 정책적인 힘을 받아야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이번 계엄 사태로 동력 상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계획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현재 계속 심사 상태로 계류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은 상당 부분 논의가 남아있으나 해결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