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이 한국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집중 조명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측근과 동문을 요직에 등용하는 등 정권을 방만하게 운영한 탓에 정국 혼란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NHK방송은 6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진 한국 정치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임기 반환점을 돌았지만 정권 운영을 이어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NHK는 설명했다.
우선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NHK는 "명품백 수수 의혹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총선 공천 개입 문제 등 잇따른 김 여사 관련 논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국회가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가결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며 “계엄령 선포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주목했다.
일본 언론들은 측근 요직 배치와 직언을 하지 않는 '예스맨'을 기용하는 윤 대통령의 인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고위 관료에게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낸 서울대 동문의 근황을 물었고, 이 인사는 동문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윤 대통령의 대학 동문은 이후 한 정부기관 수장으로 임명됐다.
아사히는 "(한국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리는)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해 있고,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감행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 주변에 비상계엄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직언할 인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정치 전문가인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예스맨'들이 대통령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보니 대통령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전달된다"며 "대통령의 사고가 점점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애주가라는 점도 거론했다. 외교활동 중에도 술이 빠지지 않는 점이 윤 대통령의 특징이라고 것이다. 지난해 3월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에 방문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당시 일본 총리와 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김 여사 덕분(?)에 겨우 끝났다.
아사히는 "윤 대통령은 애주가로 알려졌다"며 "당시 기시다 총리와의 술자리는 김건희 여사가 목소리를 높이자 끝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 관계자를 초청한 서울 술자리에서는 윤 대통령이 선물로 받은 도수 40도 이상의 ‘이모쇼츄’(고구마 소주)를 갑자기 개봉해 참석자와 함께 돌려 마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