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 국면에 비상 계엄 사태 등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
외인 이탈 가속화에 개인도 동조…환율 상승으로 추가 이탈 우려
뉴욕 증시는 경기 호조와 기술주 상승세 힘입어 연일 최고치 경신
미국 증시가 경기 호조와 기술주들의 상승세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경기 침체 장기화 국면 속에서 계엄사태 파장 및 탄핵 정국 돌입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연일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 등 3대 지수가 연일 고공행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바닥을 기면서 양국 증시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11.7~12.6일) 코스피지수는 5.28%(135.35포인트·2563.51→2428.16) 하락했다. 같은기간 코스닥지수는 11.02%(81.98포인트·743.31→661.33)나 하락했다.
양 지수 모두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증시 대폭락) 사태 당시 지수보다 더 밑으로 떨어지면서 침체의 늪에 빠진 상태다. 블랙먼데이 사태 여파가 컸던 지난 8월 5일 기준 양 지수 종가는 코스피 2441.55, 코스닥 691.28 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종가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15일(2416.86) 수치에 근접한 상태로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탈 조짐을 보여 왔는데 최근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지난 8월 이후 19조891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서도 218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서는 개인 투자자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조해 5거래일만에 1조8466억원이나 순매도한 상황이다. 경제 이슈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셀 코리아'(한국 주식 매도)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반면 미국 증시는 고공행진 중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각각 0.25% 오른 6090.27, 0.81% 상승한 1만9859.77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약간 호조를 보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블루칩을 모아 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8% 내린 4만4642.52에 장을 마감했지만 이미 지난 4일(종가 4만5014.04)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던 터다.
최근 뉴욕 증시의 호조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동시에 고용시장의 리스크도 줄어드는 ‘골디락스’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미국 뉴욕증시와 국내 증시는 등락을 같이 하는 강한 동조화(커플링) 경향을 보여 왔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은 양상으로 최근 들어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올 들어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34%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8%,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8% 각각 상승한 반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8.55%(2655.28→2428.16), 23.68%(866.57→661.33) 하락했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10원대를 상회하는 등 초상승 국면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디커플링이 심화될 상황에 처해 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의 추가 이탈뿐만 아니라 미국장으로 옮겨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들의 증시 이탈이 환율을 올리고 높아진 환율이 다시 국장 탈출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코스피시장 시가총액(1988조5100억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3거래일(12.4~6일)만에 약 60조원 가량 증발하면서 다시 2000조원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코스닥시장도 계엄사태 이후 시가총액이 10조원 넘게 빠지면서 330조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외국인 증시 매도세 유지하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국 불확실성 장기화 전망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여전히 불안 요소로 ‘셀 코리아(Sell Korea)’가 외국인 자금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