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의장 교체 않겠다"
고환율에 물가상승 압력 받을까
한은 기준금리 경로 영향 '촉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통화정책 완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깜짝 금리인하를 발표하며 경기부양에 힘을 싣고 있지만,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예기치 못한 걸림돌로 떠오르면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1월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각) NBC방송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통령에게도 금리 결정에 대한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트럼프는 연준의 독립성을 주장한 파월과 대립각을 세워 왔던 터였다.
트럼프의 노선 변경으로 연준의 금리인하는 파월 의장의 유임과 함께 기존 연준의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국 경기가 강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낙관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따라 금리인하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뉴욕타임스(NYT) 주최로 열린 딜북 서밋 행사에서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비교적 낮아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다소 높다고 설명하면서 “좋은 소식은 우리가 중립을 찾으면서 조금 더 신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12월 FOMC 회의는 오는 17~18일 개최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12월 FOMC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25bp(1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83.4%에 달한다.
문제는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경로다. 연준의 선택은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작용할 가능성이 낮지만 국내 증시와 환율에는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보인다.
박석현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 경기 여건 차별화가 뚜렷하고, 정책 금리 상대적 격차가 유지될 경우 달러화 강세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며 “경기 및 정치적 불확실성 위험이 더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계엄 후폭풍에 따른 국정 혼란으로 커진 금융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원·달러 환율의 전날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인 보다 17.8원 오른 1437.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1438.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만 해도 3개월에 걸친 국정 혼란 와중 환율 상승 등의 단기적인 금융 불안은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그때와 지금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2016년 당시에는 반도체 등 수출 경기가 나쁘지 않았던 반면 올해는 내수부진 장기화, 수출 둔화세 등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1~2월로 예상됐던 한은의 다음 인하 시점 또한 불투명해지게 됐다. 특히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이 경우 높아진 환율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고환율 지속으로 물가가 영향을 받는다면 한은의 통화정책은 수정할 수 밖에 없다. 물가가 불안정해지면 다시 긴축 기조를 실시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와중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1500원 타겟으로 달러·원 롱 포지션(달러 매수)을 추천한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경로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계엄령 해제 이후 “지금은 11월 경제 전망에서 발표했던 금리 경로와 경기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2월 경제 전망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 경로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