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정무 후보가 지적한 선거 과정 불공정성 인정
8일 예정이었던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하루 앞두고 잠정 연기
오는 13일 만 70세 되는 허 후보 이탈 가능성, 신문선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 제기
법원이 7일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회장 후보가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하루 앞두고 잠정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7일 허 후보가 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축구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앞서 허 후보는 지난달 30일 축구협회를 상대로 협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선거인 명부를 추첨할 때 참관인이 없어 선거운영위원회 구성이 불투명한 점, 선거가 온라인 방식 없이 오프라인 직접 투표로만 이뤄져 동계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프로축구 지도자·선수들이 선거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점,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규정(최대 194명)보다 21명이 적은 선거인단을 구성한 점 등을 들며 선거 과정의 불공정을 지적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당초 8일 진행 예정이었던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가 미뤄지게 되면서 대한축구협회도 큰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단 협회는 ‘잠정 연기에 따라 추후 일정이 수립되는대로 공지하겠다’로 알렸지만 언제 다시 치러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차기 회장 임기는 오는 22일에 시작한다. 그 전까지 선거가 치러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법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개선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선거인단 추첨부터 일정 조정까지,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서 이달 안에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선거 구도에 있어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협회 정관상 선거 당일 ‘만 70세 미만’이어야만 회장에 출마할 수 있는데, 8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선거가 연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허정무 후보는 1955년 1월 13일생으로 오는 13일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선거가 12일까지는 치러져야 허 후보가 출마할 수 있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전날 자신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인 법원의 결정에 환영 의사를 표시한 허 후보는 이에 대해 “나이 제한으로 불이익이 당할 수 있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축구협회의 불공정, 불투명을 개혁하겠다며 출마한 취지를 더 생각했다”며 “그래서 향후 닥칠 어떠한 불이익도 감수하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후보인 신문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신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는 기존 정몽규 후보와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허정무 후보는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인해 다시 진행될 선거에서 출마 자격이 없어지더라도 축구협회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선거를 중단시킨 점에 의미를 두며, 다시 출마할 수 없을 때에는 ‘더 훌륭한 후배 축구인들이 나서 새롭게 축구협회를 개혁하고 대한민국 축구를 발전시키는데 남은 모든 힘을 모아 최대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