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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발목 잡는 한국경제, 최상목 ‘좌고우면’ 말아야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5.01.13 07:00 수정 2025.01.13 13:4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대통령 탄핵 상태로 새해 맞은 경제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가장 큰 경제 위험 뭔지 아는 최상목

앞뒤 잴 것 없는 과감한 선택 필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현안 해법회의(사회1 분야)'에서 발언을 마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한국경제 처지가 참 딱하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 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해야 할 정치가 엉망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나 협력, 양보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대화 자체가 사라졌다. 서로 자기편만 끌어안으려 애쓸 뿐이다. 민생에는 관심이 없다. 최악의 정치가 경제마저 지배한다.


‘똥볼’을 넘어 자살골을 넣은 주장은 경기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주장 완장을 넘겨받은 부주장은 공을 차는 둥 마는 둥 하다 쫓겨났다.


완장은 서열 3위에게 넘겨졌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하던 그는 정치와 사회, 외교, 문화 등 모든 정책을 책임지게 됐다.


최상목 부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그는 사실 경제만 고민해도 24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없다. 2년 내내 숨이 죽어버린 내수를 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전체 예산의 67%를 상반기에 쏟아붓겠다고 밝힌 게 최 권한대행 자신이다.


혼자 알아서 잘하던 수출도 사정도 살펴야 한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곧바로 관세 폭탄이 예정된 상태다. 트럼프 ‘보편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14%까지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경제 안팎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 최 권한대행이다. 지난 9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가장 먼저 내뱉은 단어가 ‘내우외환’인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달라진 국제 정세와 외교·안보 지형,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커진 불확실성 등을 언급하며 “국가 전반적인 위기 대응 역량이 약해지는 것은 아닐지 많은 국민의 불안과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최 권한대행 진단처럼 현재 한국경제는 혼돈의 정치 상황이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다. ‘불확실성’이란 단어로 작금의 사태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아노미(anomie)’ 상태를 걱정할 판이다.


열쇠는 최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비상계엄과 내란, 탄핵 등 일련의 사태는 경제 대응 시간을 촉박하게 만든다.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권한대행이 최근 빚어진 일련의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신중’과 ‘우유부단’ 그 사이 어디쯤 자리 잡고 서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이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그랬다. 한쪽은 신중하다고, 한쪽은 우유부단하다고 평가했다. 뭐가 됐건 한시가 급한 경제를 생각하면 속이 탈 노릇이다.


최 권한대행은 앞으로도 계속 신중과 우유부단 사이에 서 있어선 안 된다. 모든 경제 정책은 ‘적시(適時)’에 이뤄져야 한다. 지금의 적시는 ‘즉시’다. 최대한 빠른 정책 집행이 중요하다. 최 권한대행이 정치적 고민으로 어영부영하는 사이 한국경제는 계속 수렁 깊이 빠진다. 더는 ‘선택’을 두고 좌고우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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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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