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로 18년 간 프로선수 생활 마침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최연소 캡틴, 대표팀은 조별리그 최하위
“사회적 책임 부족했다” 눈물로 미안함 전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축구 선수 구자철에게는 2009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 태극마크를 달고 영광스러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11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조별리그 탈락은 여전히 그에게 미안함과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2007년부터 시작됐던 18년 간의 프로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2007년 K리그 신인 드래프트 때 3순위로 지명돼 제주 유니폼을 입은 구자철은 데뷔 시즌부터 정규리그와 컵 대회에서 총 16경기에 출전,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2007년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예선을 시작으로 연령별 대표에 발탁된 그는 2009년 FIFA U-20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당시 홍명보호의 8강 진출을 견인했다.
2008년 2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를 통해 A매치 데뷔전까지 치른 구자철은 2011년 1월 아시안컵에서 득점왕(5골)을 차지하며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와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진출에도 성공했다.
볼프스부르크를 비롯해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이상 독일) 등에서 활약한 그는 알가라파(카타르)를 거쳐 2022년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다.
구자철은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76경기에 나서 19골을 기록했다. 특히 빼어난 리더십을 바탕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주장 완장을 찼는데 당시 그는 한국 축구 월드컵 대표팀 주장 가운데 최연소(당시 25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11년이 지났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은 당시를 돌아보면 주장을 맡은 게 “자랑스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날 구자철은 선수 생활 중에서 아쉽거나 미련이 있던 순간을 물어보는 질문에 “아픔과 속죄, 아쉬움이 있다”며 11년 전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지금까지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아쉬운 걸 떠나 그땐 너무 어렸던 것 같다”며 “은퇴할 때 프로필에는 월드컵 최연소 주장이란 타이틀이 따라온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고 전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은 졸전 끝에 조별리그서 1무 2패로 최하위에 그치며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구자철은 “그 때는 너무 어렸다. 돌이켜보면 프로축구 선수, 국가대표 선수, 특히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그 당시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경험이 없고, 부족했던 시기였다. 경험을 통해 성장했지만 부족함 때문에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조금은 아쉬운 결과를 가져다줬다”고 회상했다.
특히 그는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사회의 덕을 볼 수 있었던 분들에게 돌이켜보면 너무 책임감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너무 죄송하다”고 전하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구자철은 “지금 제주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한다. 프로선수는 제주라는 사회의 어린이들에게는 꿈이 됐으면 좋겠고, 동경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고, 배울 수 있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프로선수로서 사회적 책임”이라며 “월드컵은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데 그 부분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아쉬웠다. 그래서 2014년을 그렇게 담아두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프로선수가 어린이들에게 꿈이 됐으면 좋겠다’는 구자철은 이제 구단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새출발을 알린다.
그는 앞으로 유럽 지역의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축구팀들의 유소년 시스템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주 구단에 전달한다. 또한 자신의 풍부한 유럽 축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주 구단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연수기회를 위한 해외팀과의 기교 역할도 도맡는다.
구자철은 어드바이저로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선수 구성에 탄탄한 결실을 맺는 게 목표다.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어린 친구들이 꿈을 찾아 떠날 때 여러 도움이 되는 역할들을 매듭 지을 때가지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