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650만 명에서 580만명으로 손익분기점 낮아져
한국 영화계 대작 영화들이 몇 년 간 흥행 실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도 개봉 초반 기세 좋게 순항하는 듯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흥행 속도가 둔화되면서 손익분기점 달성이 불투명해졌다.
대작 영화의 성공 여부가 극장가와 영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하얼빈'의 행보는 단순한 한 작품의 성패를 넘어 한국 영화계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떠오르고 있다.
'하얼빈'은 개봉 초반 기록적인 흥행 속도를 보였다. 3일 만에 100만 관객,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300만 관객을 넘는 데는 9일이 걸리며 상승세가 둔화됐다. 개봉 22일째 기준 누적 관객 수는 425만 2933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일 관객 수는 한 자릿 수에 머물고 있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우민호 감독, 현빈, 박정민, 조우진 등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한 몽골, 라트비아, 한국 3개국에서 로케이션을 촬영, CG를 최소화한 빼어난 영상미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렸다. 안중근 장군과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쾌감보다는 처절한 분위기로 연출되면서 선호하지 않는 관객들도 있었다.
최근 제주항공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도 극장가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 자체의 무게감이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CJ ENM에 따르면 300억이 투입된 '하얼빈'의 손익분기점은 원래 650만 명이었으나, 해외 판매와 부가 판권 계약을 포함해 580만 명으로 낮아졌다. 설 연휴까지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하얼빈'이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만, 현재 속도로는 이 숫자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얼빈'과 같은 대작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야 하는 만큼, 흥행 실패의 리스크도 크다. 한국 영화 시장은 팬데믹 이후 몇 차례 대작 영화가 기대에 못 미치며 큰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제작사와 투자자의 손실로 끝나지 않고 극장가 전체의 분위기를 침체,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하얼빈'이 만들어 놓은 훈풍을 기대했지만 설 연휴 개봉작 '히트맨2',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기대작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얼빈'의 흥행 결과가 설 연휴 개봉작들의 관객 수와 기대 심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얼빈'의 결과는 단순히 한 작품의 성패를 넘어, 대작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와 극장가의 활기를 되찾는 데 중요한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