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 년도 안 남았는데 부서장 75명 중 74명 교체
인사 논란 지속 여전…새 정부 출범시 1년도 못 채울 듯
다양한 현안 산적…정책 지속 위해 무모 인사 자제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지닌 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 당한 가운데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인용이 되면 60일 내에 바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이 정권 교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정부 교체는 이뤄진다. 이에 금융당국 내 분위기도 요동칠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금융감독원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표적인 윤심(尹心) 인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장은 지난달 10일 부서장 75명 중 74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오는 6월 초 임기 만료가 반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1주일 전 비상계엄조치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단행된 인사였다.
시기도 시기였지만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부서장 1명을 제외하고 전부 교체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인사 조치였다. 인사가 단행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탄핵 정국에 반년도 안 돼 조직을 떠날 수장이 막가파식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원장은 자신의 임기 만료 후 새 수장이 오는 것을 감안한 듯 내년 9·10월쯤 리더십 셋업에 맞춰 10개월이라는 기간이 당국 입장에서 보면 시장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적절한 인사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 차가 크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으로 인해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데 새로 선임되는 금감원장의 입맛에 따라 부서장들은 물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번에 선임된 부서장들 중 대부분은 1년을 넘기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엄연한 현실 인식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금감원 안팎에서는 이 원장과 함께 하는 74명의 부서장 순장조가 탄생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현재 금융권에는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탄핵정국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하면서 1460원대에 올라선 상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출을 중심으로 한 우리 경제의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금리 인하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 수 년간 이어져 온 대형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강화, 올해 처음으로 적용되는 책무구조도(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나타내는 도표나 체계) 등 대비해야 할 이슈들도 많다.
이처럼 현재 우리 금융권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바뀌어도, 금융수장이 달라져도, 금융 정책은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일관된 금융정책이 중요한 시점으로 여기에는 정치권의 정략적 판단이 자리할 수 없다. 경제 불확실성이 클 수록 금융당국은 그 중심에서 안정을 도모해야만 한다. 이런 와중에 부서장을 대대적으로 갈아 치운 무모한 인사는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이복현 원장의 마지막 인사가 파격이 아니라 파국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