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배우들이 태국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태국 관광을 앞두고 있었던 중국인들이 여행을 대거 취소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태국 호텔 협회 관계자 모라코트 쿨딜록은 "중국 배우 왕싱에 대한 소식이 나온 후로 주로 4~5성급 호텔에서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며 "신속하게 조처를 하지 않으면 (여행 취소 여파가) 확산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영향은 올해 내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영화 '엽문3' 등에 출연한 중국 배우 왕싱(31)이 지난 4일 태국·미얀마 국경 지대에서 실종됐다가 사흘 뒤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발견됐다. 그는 드라마 캐스팅을 미끼로 유인돼 태국에 도착했다가 태국과 접경 지역인 미얀마 미야와디로 끌려갔다. 삭발이 된 채 발견된 왕싱은 태국 경찰에 자신이 중국 범죄 조직에 납치됐으며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수법을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중국 모델 양쩌치(25)의 가족도 양쩌치가 왕싱처럼 지난달 20일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미얀마 실종 중국인 174명의 가족들도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약 3500만명 중 중국인은 약 67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슈에는 '태국 여행 취소' 관련 게시물이 38만건 이상 등장했다. SNS에는 "태국 여행을 취소하고 싶을 때 여행사에 환불해 달라고 어떻게 하나" "여행을 취소해야겠다" 등 글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은 "이달 말까지 예약된 태국행 단체관광은 단 1건으로 12명에 불과하다"며 "왕싱 납치 사건이 관광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최대 관광 성수기인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태국 여행을 취소하는 중국인이 크게 늘자 태국 관광청은 "여행객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면서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태국 관광청은 중국 SNS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편의와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공지를 올렸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도 관광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이어 "태국에서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보안과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싱이 끌려간 미야와디는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을 일삼는 중국계 등 범죄 조직들의 근거지로 악명이 높다. SCMP에 따르면 피해자 중 다수는 가짜 구인 제의에 속아 태국을 방문했다 미야와디로 납치됐으며, 이들 조직은 주로 중국어를 쓰는 이들을 범행 표적으로 삼았다. 한국 외교부도 이 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에서 4단계(여행금지)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