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퇴임하는 전임 대통령이 백악관의 새 주인인 후임 대통령을 축하하는 미 정치의 전통적 모습이 8년 만에 재현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축하하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비난하며 화합보다 갈등이 부각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의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는 관례상 전직 대통령과 전직 부통령이 참석한다. 이날 취임식에 공화당에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왔다.
민주당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직 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직전 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의 댄 퀘일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부통령을 지냈으나 대선 뒤집기에 협조하지 않아 '배신자' 낙인이 찍힌 마이크 펜스가 참석했다.
취임식은 귀빈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로툰다에 들어서면서 본격 시작됐다. 취임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이 입장하자 모두 일어서서 손뼉을 쳤고 "USA"를 연호한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내 멜라니아 여사의 볼에 입맞춤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했다.
관례대로 J D 밴스 부통령이 관례대로 먼저 브렛 캐버노 대법관 앞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앞에서 오른손을 들고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우리 정부는 신뢰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수년간 극단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이 우리 국민에게서 권력과 부를 뽑아갔으며 우리 사회의 기둥들은 쓰러지고 완전히 황폐해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정부는 국내에서 간단한 위기조차 관리할 수 없으며 동시에 해외에서는 계속되는 일련의 재앙적인 사건들에 비틀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우리의 훌륭하고 법을 준수하는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지만 위험한 범죄자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보호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정책을 맹비난한 것이다. 그 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뒤에 앉아 취임사를 묵묵히 듣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해리스 전 부통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권 인수에 협조하고 이날 취임식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