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앞둔 대형마트·전통시장 한산한 분위기…'물가 상승'으로 명절특수 실종
전통시장 상인들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렇게 손님 적은 건 처음…다음 주가 설 맞나"
"지금 당장 인천공항 가봐라. 다 빠져나가고 있는데 왜 27일 공휴일 정하고 내수진작 한다며 생색내나"
"27일 공휴일 지정, 정부의 사려 깊지 못한 헛발질일 뿐…차리리 31일로 정했으면 좀 더 나았을 것"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명절 특수'가 사라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고물가' 탓에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오는 27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23일 데일리안은 서울 시내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한 곳인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성동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등을 찾았다. 설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통시장은 한산한 분위기마저 느껴지고 있다.
경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80)씨는 "여기서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올해처럼 손님이 적은 건 처음이다. 작년 설이나 추석이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차례도 많이 안 지내고 가족끼리 모여도 예전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기 때문에 이제는 명절특수라는 말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밤, 대추 등 임산물 판매점 운영하는 이모(67)씨는 "나름 명절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40만원도 못 팔았다"며 "아직 주말이 남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상인들도 "다음 주가 설날이 맞나 싶다", "이제 명절이라고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가격이 비싸다 보니 실제로 물건을 사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한탄했다.
상인들은 특히,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는지, 또 왜 내수가 진작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지 잘 모르겠다. 지금 당장 인청공항에 한 번 가봐라. 이미 일주일 전부터 빠져 나가는 데만 3~4시간씩 걸린다. 도대체 국내에 누가 남아 있다고 내수 진작을 한답시고 27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또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생색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헛발질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상인도 "차라리 27일 대신 31을 공휴일로 정했으면 조금은 더 기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며 "정부가 사려 깊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명절특수 실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물가 상승'을 꼽았다. 실제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예상 비용은 작년에 비해 상승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6~7인 가족 대상 주요 성수품 34개 구매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지난해 22만1769원에서 22만4040원으로, 대형마트는 지난해 25만2640원에서 25만8854원으로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사과와 배(도매가, 10개, 1월 10일 기준)는 각각 6만8547원, 8만8690원이었다. 이는 평년 동기인 4만362원, 5만1445원보다 2만8185원, 3만7245원 오른 가격이다.
이러한 고물가이다 보니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도 시름이 가득하다. 차례상에 올릴 고기와 과일을 사러 나왔다는 변모(73)씨는 "지난 추석 때도 꽤 비싸게 장을 봤던 것 같은데 올해 설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배 하나에 6000원이 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차례상에 올릴 것 말고 식구들과 먹을 과일도 좀 사갈 생각에 여유롭게 예산을 잡고 왔는데 어림없다"고 전했다.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김모(60)씨는 "대형마트의 가격과 비교해 보고 있었다. 전통시장이 조금 더 싸긴 한데 그래도 비싼 편"이라며 "조금 더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쇼핑 카트를 끌고 이리저리 다니는 사람들과 할인 행사를 알리는 직원의 안내 음성 등으로 소란스러운 명절분위기는 났지만 고물가로 인한 매출 감소는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동구의 한 마트 내에서 명절선물 세트를 판매하는 신 모(50)씨는 "지난해와 비교해 봤을 때 올해 선물 세트 판매율은 40% 이상 크게 줄었다. 곧 연휴가 시작된다고 해도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며 "이전엔 평일 오픈 시간대나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줄 서서 사기도 했는데 올해는 그런 날이 없었다. 택배 배송 물량도 여전히 텅 비어 있다"고 전했다.
자녀와 함께 마트를 찾은 심모(51)씨는 "명절도 다가오고 해서 설날에 가족끼리 먹을 음식을 사려고 나왔다. LA갈비는 원래 비싸다고 하지만 다른 것들도 다 가격이 올랐더라"며 "너무도 비싼 가격에 100% 필요하다고 생각 드는 것 말고는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