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번째나라LAB' 창립기념 심포지엄
김경수 귀국 직후 첫 행사 참석해
"전대미문 상황서 여론 압도 못 해" 지적
임종석 "李만 보는 민주당 신뢰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결심공판이 내달 26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빨라진 조기 대선 국면을 앞에 두고 비명계 대표주자들이 노무현 시민센터로 총집결했다. 지난 12·3 계엄 사태 이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돼 탄핵 가능성이 커졌는데도 '이재명 일극체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따라잡히는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진표 전 국회의장, 양기대 전 의원 등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서 열린 '일곱번째나라LAB'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모였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은지 시사IN 기자,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한 행사에서는 '탄핵 너머 다시 만날 민주주의'를 주제로 정치 토론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5일 독일에서 귀국한 이후 공개 행사에 첫 참석한 김경수 전 지사는 공개 발언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 재개 시사와 민주당의 현주소에 대한 날카로운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 "지금은 어쨌든 계엄에서 내란 그리고 사법부에 대한 폭력 테러까지 여러 가지 전대미문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폭력까지 강력하게 대응하고 엄벌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 "국민이 민주당에 보내는 당근과 채찍질이 함께 들어있는 국민의 목소리"라며 "우리 내부의 문제로 보면 민주당이 개헌과 탄핵 이후에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 대해 국민이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질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축사를 통해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를 날리고 있다"며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해 우리도 똑같은 일방주의, 똑같은 행태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우리도 성찰해야 한다"고 침통해 했다.
이어 "말로만 민주주의·민생경제를 외친다고 국민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방향뿐 아니라 정치 형태와 문화 속에서도 분명한 민주주의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또 "어느 한 사람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극단주의와 배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센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기억하고, 그 삶 속의 가치와 철학을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민주주의의 씨앗을 틔우며 성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체제로 인해 과거 민주당이 갖고 있었던 김대중의 가치와 노무현의 정신을 잃고 있다는 비판 등을 받으며 지지율 침체를 겪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라며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며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느냐"라고 일갈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보수 진영이 코너에 몰렸지만,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여당에 따라잡히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달아 나오면서 강경 일변도 독주를 펼치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정국 대응 미숙을 지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동연 "민주당, 갖고 있는 기득권 내려놔야"
문재인 "정치행태 날로 극단화 우려" 직격
이철희 전 의원 비롯 박광온·홍성국 등
친노·친문·비명계 한 자리 모여 교류
다보스 포럼에 참석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의 완전한 리셋(재설정)"이라며 "새로운 '사회 대계약'을 위해서는 민주당부터 겸허하게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정조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메시지를 통해 "정치행태가 날로 극단화되어 가고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12·3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된 현 상황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격렬한 진통과 위기를 겪고 있다"며 "하루속히 위기를 지혜롭게 수습하고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모두가 목격한 진실은 하나이기에 머지않아 모든 것이 정상화돼 새 출발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진실은 반드시 거짓을 이기고, 민주주의는 승리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제7공화국'이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명 '일곱번째LAB' 역시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출범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인영 국회의원, 이탄희 전 의원, 홍성국 의원, 김연명 전 청와대 사회수석 등 문재인정부 출신·비명계 인사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토론 내용에 집중하거나 교류를 이어나갔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기조 인사를 통해 "국민은 위대한 민주주의자이지만, 내란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면서 "이번 조기 대선이 민주주의 적들에 대한 국민 해체 선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는 연합정치·연합정부가 돼야 한다"며 "정권교체와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데 동의하는 모든 세력이 '한국형 뉴딜 연합'을 형성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