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호러영화에서 삶의 본질을 묻다 [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입력 2025.01.24 14:50 수정 2025.01.24 14:50        데스크 (desk@dailian.co.kr)

영화 ‘서브스턴스’

‘언체인드 멜로디’의 배경음악에 맞춰 도자기를 빚던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의 청초한 여인,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배우 데미 무어다. 청순 가련하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데뷔 때부터 오랫동안 외모로 주목받았다. 특히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는 쇼트커트와 영롱한 눈빛으로 전 세계 남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흥행실패, 17세 연하 배우와의 결혼과 이혼, 전신 성형설 등으로 인기는 하락세를 걸었다. 배우로서는 끝이라고 생각하던 63세의 그녀는 그러나 데뷔 45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서브스턴스’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화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 바디호러 작품이다.


젊은 시절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분)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대스타였지만 지금은 TV의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했다. 50세가 되던 날, 방송사 PD 하비(데니스 퀘이드 분)는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엘리자베스를 해고한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엘리자베스는 매력적인 남자 간호사로부터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권유받는다. 한 번의 주사로 젊고 매력적인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게 된 엘리자베스는 또 다른 자신, 수(마가렛 퀄리 분)로 다시 태어난다. 7일씩 번갈아 가며 살아야 하는 엘리자베스와 수, 과연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삶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남녀불문하고 나이 드는 것이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여성에게는 특히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크다. 영화에서 젊음을 잃어버린 엘리자베스는 서브스턴스라는 약물을 투여하고 매력적인 수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수가 젊어질수록 엘리자베스는 늙고 추악하게 변해간다. 젊고 아름답다는 것이 무엇이기에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가. 영화의 제목인 ‘substance’는 변치 않고 일정하게 지속하면서 사물의 근원을 이루는 즉, 본질을 의미한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엘리자베스를 통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삶의 태도와 의미에 대해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취향 저격, 자극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 매운맛을 좋아하느냐 아니냐를 의미하는 ‘맵부심’ ‘맵찔’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요즘 세대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세계적으로 사천요리인 마라와 우리나라의 불닭 라면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넘쳐나는 호러 영화에 적응된 관객들에게 왠만한 자극은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영화 ‘서브스턴스’는 ‘올해 최고의 미친 영화’로 선정될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바디호러 영화가 흥행 역주행 하는 이유도 젊은 세대에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그들의 취향과 만족도를 충족시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다양한 재미들이 숨겨져 있다. 요즘 관객들은 눈 높이가 높아져서 단순히 영상만으로는 주목 받기는 어렵다. 영화 속에 담겨진 숨은 의미와 감독의 철학,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야 한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여성의 외모지상주의, 여성의 상품화, 인간의 욕망 등으로 현 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들에게 영화 속 영화, 오마쥬를 찾는 재미도 더했다. 샤이닝, 블랙스완, 싸이코 등에서 나왔던 유명 장면들이 영화에 담겨져 있어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입소문이 확산 되었다.


한국 사회는 올해부터 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인구 증가로 노년의 삶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젊음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바이오와 같은 건강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화 ‘서브스턴스’는 초고령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신을 사랑하려는 자세를 상기시킨다. 거칠고 자극적인 영상을 대비시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할지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이것이 영화 ‘서브스턴스’가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유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