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환경 따라…중소 제작사에도 필요한 '변화'
코로나19 전보다 드라마 제작비는 두 배 늘었지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방송사 등 플랫폼 사업자들이 작품 숫자를 줄이면서 드라마 제작사들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에 제작사들은 플랫폼으로부터 투자받거나, PPL 등 광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새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 않다. 업계 모두가 ‘변화’가 필요하다가 입을 모으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제작사들이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는 것이 ‘IP(지식 재산권) 확보’다. 제작사들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제작비를 보전받은 후, 약간의 수익을 얻곤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제작사의 ‘홀로서기’를 어렵게 만든다. 제작한 콘텐츠 IP를 제작사가 보유하게 되면, 이후 시즌제를 시도하고, 해외 판매 등으로 부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IP를 플랫폼 사업자에게 넘기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다.
가장 좋은 예가 에이스토리가 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당시 에이스토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IP 확보를 위해 넷플릭스의 제안을 거절한 뒤 다소 인지도가 낮게 평가되던 채널 ENA 편성을 결정했고, 이 작품이 소위 ‘대박’이 나면서 뮤지컬로, 또 웹툰으로 확장하며 ‘잘 만든 IP’의 중요성을 실감케 했었다.
그러나 2021년 방송된 ‘우영우’가 2025년인 현재까지도 제작사가 ‘IP 확보를 통한 확장’의 ‘가장 좋은 예’로 꼽힐 만큼, 제작사들의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게다가 ‘우영우’처럼 만들고 싶어도 자본 투입이 쉽지 않다. ‘우영우’는 배우 박은빈을 제외하고 주종혁, 하윤경 등 다수 배우들이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200억원이 투입된 나름 규모가 큰 작품이었다. 단순히 ‘좋은’ 스토리만으로, 혹은 ‘운이 좋아서’만 뜬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의 방송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만한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선 100~200억원대 제작비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과거엔 100억원대 제작비는 대작에 속했지만, 지금은 이를 뛰어넘는 작품들도 많다는 것. 제작사들이 자신들의 창의성을 제대로 발휘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중·소 제작사에 제작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호소가 이어지는 이유다.
여기에 IP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소 회사들의 경우 IP 확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숏폼 드라마를 비롯해 다수의 콘텐츠를 제작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흥행 안 되는 IP 보유는, 보유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라며 “또 흥행해도, 경험이 부족한 곳에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잘 모를 수 있다”며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제작사 규모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새 길’을 여는 것도 모든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의 과제이자 목표였다. 최근 MBC는 디즈니플러스, SBS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콘텐츠를 주고받고 있는데,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SBS도 “글로벌 시장 가능성 모색”을 제휴 이유 중 하나로 꼽았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중·소 제작사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앞서 IP 확보 및 활용의 어려움을 언급한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글로벌 OTT를 통하거나 혹은 해외에서 영향력이 있는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일부에게만 해당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인데, 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에서도 관련 지원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 콘진원에서는 ‘중소제작사 글로벌 도약지원’,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제작사의 우수 IP 확보와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방송영상·OTT 플랫폼과의 연계 제작 지원 및 해외방송영상 마켓 참가 및 홍보 지원 등을 통해 해외 진출 및 수출 또한 지원한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제작 지원’을 통해 콘텐츠 제작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시장과 제작사를 연결하는 ‘부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OTT 특화 콘텐츠 지원 사업을 통해 ‘이재, 곧 죽습니다’가 티빙 시청자들을 만나고, 쿠팡플레이 시리즈 ‘소년시대’가 깜짝 흥행에 성공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남겼는데, 일부 관계자들은 마켓 지원 외에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도록 마케팅 지원 또는 온라인 홍보 등에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CJ ENM 콘텐츠유통사업부장 서장호 부장은 2024 CJ 무비 포럼(MOVIE FORUM)에서 “다양한 언어로 더빙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을 우리만 감당하긴 쉽지 않다. 콘진원 같은 기관과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