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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도 비판…이재명-시중은행장 만남 왜 문제일까


입력 2025.01.30 06:00 수정 2025.01.30 07:48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이재명, 시중 은행장 소집에 여권 파상공세

"민주당, 금융시장 자율침해법 발의한 시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대 시중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을 소집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만났다. 야당 대표가 시중 은행장들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 은행장들을 한데 불러 모으는 일은 역대 대통령들도 매우 조심스러워했던 문제다.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정치권 고위직이 금융기관을 직접 만나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대표가 6대 시중 은행장을 불러 만난 것은 오만의 발로다. 잘못하면 야당 주도로 옛날 관치금융으로 회귀할 수 있는 문제라 본다"며 한 총리에 의견을 물은 것에 대한 답변이다.


한 총리는 당시 주 의원의 질의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금융부분은 우리 산업의 혈액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동시에 자율성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래서 모든 나라가 금융에 대한 자율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인 정치 행위를 금융에다 넣기 시작하면 금융이 제대로 발전하고 필요할 때 민간 기업에 대해 혈액 역할을 할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뭘 강요하려고 만나는 것 아냐"


이 대표가 시중은행장들을 만나는 이유는 계엄~탄핵 정국에서 조기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민생 행보'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민주당 정무위원회 은행권 현장간담회'를 열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기업·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은행장들을 만나 "우리 서민들, 또 소상공인 여러분들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원래 금융기관의 역할 자체가 기본적으로 지원 업무가 아니겠느냐"고 서민과 소상공인 지원을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들한테 뭘 강요해 가지고 뭘 얻어보거나 아니면 뭔가를 갖다가 강제하기 위한 건 전혀 아니다"라며 가산금리 인하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의식하는 발언을 했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은행장들이 유력 대권주자의 만나자는 요구를 뿌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상훈(왼쪽) 정책위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도 시중은행장 소집은 조심스러웠다"


역대 대통령들도 시중 은행장들을 소집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었는데, 야당 대표가 시중 은행장들을 만난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이 대표가) 6대 시중 은행장을 만난 의미는 알겠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6대 시중 은행장은 대통령도 함부로 소집하기가 쉽지 않다. 민생 행보는 이런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 대통령들도 시중은행장을 소집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과 2004년 지방은행장·국책은행장들과 시중은행장들을 만난 적이 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2년 시중은행장들을 청와대로 불러모았다. 여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참모들의 우려에 당시 시중은행장들을 조심스럽게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비상시기에, 야당 대표와 시중 은행장 만남 그 자체를 지적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령이든 야당 대표든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도자 그 누구라도 민생을 위해 어떠한 행보든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대권 놀이"라며 이 대표를 향한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며 기껏 한다는 일이 6대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아서 군기 잡는 대통령 행세"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민주당 정무위 위원들과 함께 6대 은행장을 소집해 군기 잡기에 나섰다"며 "벌써부터 정권을 다 잡은 양 민간 기업을 호출하고 경영에 간섭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떤 국민이 민주당이 순수하게 민생을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고 믿겠느냐. 점령군인 양 대통령 놀음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은행장들이 초대받아 갔으면 좋았겠지만, 이 대표는 소집 형식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또한 민주당에서 금리산정 방식을 법제화하는 안, 대출금리 산정 시에 법적 비용 포함을 금지하는 안 등 금융시장 자율침해법을 발의한 시기라 비난받을 소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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