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불확실성 지속…하반기 변곡점 형성
코스피 2400선 하단 지지…최악의 경우 2250
“무역 구조 변화 고려해 투자기회 모색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관련 잡음이 국내 증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변곡점 형성 전까지 개별 사안에 따라 급등락이 연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 하단 지지선을 찾는 증권업계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7.74포인트(1.13%) 오른 2481.69에 마감했다. 앞서 3일 지수가 전일 대비 63.42포인트(2.52%) 급락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급등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두고 이를 한 달 간 전격 유예했다. 캐나다에는 ‘펜타닐 유입 공동 대응’을, 멕시코에는 ‘국경 단속 강화’ 등을 요구하며 관세 유예에 각각 합의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무차별적 관세 부과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며 안도 감에 증시가 반짝 반등했으나 불안감은 여전하단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관세 부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중국과 협상 여부도 관건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 주석과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중국에 매우 강도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4일 자정(미국 동부시간 기준)부로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는 일단 발효된 상황이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10일부터 미 일부 상품에 10% 관세를,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에 15%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계획이다.
증권가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위기감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유예 조치도 한시적인 데다 한국의 수출 전선도 비상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춰 ‘트럼프 리스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변곡점 형성도 당장은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올 하반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관련 입장에 따라 증시가 요동치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변동성 높고 피곤한 장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변곡점은 하반기 즈음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상황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에 마땅치 않은 요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외 요인에 따른 국내 증시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단 전망에 따라 하단 지지선에 대한 탐색이 분주하다. 증권가는 코스피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 변동 장세에도 과도한 낙폭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펀더멘탈(기초체력) 부재로 코스피 상방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밸류에이션 상 2400대에서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고 봤다. NH투자증권은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의 보복 대응에 맞서 추가 관세 인상을 단행하며 연속적인 맞불 관세 전쟁이 심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코스피가 2250선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관세 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 일부 국가와 일부 품목 별 선관세 부과 후 협상이 진행되는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부여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2450선에서 하단이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은 일회성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단기 변동성 확대를 기회 삼아 무역 구조 변화 속에서 업종 선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재·금융·유틸리티 기업은 미국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관세 정책에 따른 고금리 기조 장기화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며 “산업재 기업 중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증대 수혜주, 글로벌 방위비 증대 기대 업체, 금융주 중에서 고금리 장기화 부담이 제한적인 대형주가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