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 이어 개포주공·잠실우성까지, 수주 격전 예고
같은 강남권에서도 소규모·수익성 부족 사업장은 줄줄이 고배
시장 불확실성 속 건설사 ‘선별수주’ 움직임 뚜렷
건설사들이 사업성 높은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비사업 간 온도차가 심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수주경쟁을 치르는 곳이 있는 반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6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선 조단위 대규모 정비사업들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건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 수익성 악화 등으로 한동안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이던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실상 지방 분양이 힘들어진 데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발주가 줄면서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려 일감 확보에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를 위해 건설경기 부진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출혈경쟁을 벌였다. 사업성이 뛰어난 데다 상징성까지 갖추면서 건설사들이 막대한 비용 투입도 마다하지 않은 셈이다.
이곳 사업장을 시작으로 개포주공 6·7단지, 잠실우성 1·2·3차 등이 올해 주요 수주 격전지로 꼽힌다. 이들 두 사업장에서 승기를 거머쥔 건설사가 향후 압구정3구역 재건축 수주에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 건설사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할 거란 전망이다.
개포주공 6·7단지는 3.3㎡당 공사비가 890만원으로 약 1조5139억원 규모의 알짜 사업장이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되는 이곳에는 벌써부터 수주에 눈독을 들이는 건설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현장설명회에는 건설사 10곳이 참석했으며, 시장에선 한남4구역에서 맞붙었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으로 굳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공사비 약 1조6934억원 규모의 잠실우성 1·2·3차는 일찌감치 GS건설이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남권 주요 상급지로 평가되는 이곳 단지는 앞서 1차 입찰에서 GS건설이 단독 입찰에 유찰된 바 있다.
하지만 조합이 입찰 조건을 완화하면서 삼성물산 등 다른 건설사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건설사들이 이렇다 할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시공사 선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사업장도 있다. 같은 강남권 내에서도 사업장마다 표정이 엇갈린다.
서초구 삼호가든 5차는 지난해 7월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으나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역세권 입지에 강남 상징성도 갖추고 있으나, 소규모 단지로 사업성이 뛰어나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조합은 공사비를 종전 3.3㎡당 980만원에서 990만원으로 인상하고 시공사 찾기에 재도전한다.
방배7구역 역시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4월과 6월 각각 두 번에 걸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무응찰로 유찰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12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다시 실시했으나, 결국 고배를 마시며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다만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진행한 입찰에도 건설사는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규모가 작아도 일반분양 물량이 많고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조합 내홍에 시공사 선정에 차질을 빚으며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위8구역과 9구역, 서대문구 연희2구역 등 공공재개발 사업장은 낮은 공사비와 입지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탓에 건설사들이 외면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환율은 치솟고 자잿값이 올라 앞으로 공사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시장 선호도 높은 알짜 사업장을 중심으로 관심을 두는 것”이라며 “입지가 썩 좋지 않더라도 사업성이 뛰어나다면 수주 가능성 등을 검토해볼 텐데 일정 수준 수익을 낼 수 없고 미분양 우려까지 안고 있다면 리스크를 안고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움직임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