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자기자본 6조 육박…진출 요건 상회
인가시 사업 다각화 통한 수익성 개선 탄력
발행어음 업무…랩·신탁 돌려막기 징계 관건
하나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털어내고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성공해 작년 영업익과 순익 턴어라운드를 달성했다. 사업 전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에 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성묵 사장이 취임 첫 임기 동안 수익성 개선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이뤄내며 경영 리더십을 입증한 가운데 새 임기 동안 초대형 IB 진입을 통해 ‘퀀텀점프(비약적 도약)’를 이끌지 주목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강성묵 사장 2연임 첫 해인 올해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에 도전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 2023년 초대형 IB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나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제도 개선안 마련에 나서며 인가 결정이 늦춰졌다.
초대형 IB 제도는 증권사에 발행어음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대형 증권사로 육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6년 도입됐다. 초대형 IB로 도약하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 가능하다.
초대형 IB는 대형사를 구분하는 척도로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NH투자·삼성·한국투자·KB증권 등 단 5곳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오는 3월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초대형 IB를 새로 지정할 계획이다. 제도 개선이 이후 인가 심사는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하나증권이 인가 여건을 갖춘 만큼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하기 위해선 별도기준 자기자본 4조원의 요건을 갖춰야하는데 작년 말 기준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9610억원으로 이미 기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자본여력에 보다 힘이 실리고 있다. 하나증권은 작년 연결기준 연간 영업익 1419억원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고 당기 순익도 224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3년 IB 자산 관련 평가손실 인식과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해 연결 영업손실이 334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는데 강성묵 사장의 대대적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IB에 치우쳐진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며 1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강 사장은 지난 2023년 취임 이후 해외 대체투자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줄이고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등 전통 IB 부문을 계속해 강화해 왔다. 또 자산관리(WM) 부문에서 고객 기반을 강화하고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건전성 지표도 나아지고 있다. 하나증권의 작년 3분기 기준 순자본비율(NCR)은 1328.1%로 2023년 말(1269.2%)과 비교해 58.9%포인트가 올랐다. NCR은 총 위험이 증권사의 유동성에 비해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좋다는 의미다.
하나증권이 초대형 IB에 진출할 경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불법 자전거래와 관련된 당국의 제재 확정 여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랩·신탁 돌려막기와 관련해 하나증권을 ‘기관주의’로 제재했다. 최종 징계 수위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와 증선위,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원회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5단계인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 간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초대형 IB의 경우 법적 요건으로 제재 이력을 검토하지는 않으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발행어음 인가 심사는 통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즉 초대형 IB에 진출하더라도 발행어음 사업 등은 제한돼 반쪽짜리 인가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증권은 당국의 제재를 기다리는 한편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동시에 진입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단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대형 IB와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함께 받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