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m 높이 안성소방대 망루 사이렌, 50여년 만에 복원

방치됐던 모터사이렌 수리해 옛 소방망루 건물에 설치

소방망루는 경기도 문화유산으로 등재 추진

1970년대 사용했던 옛 안성소방대 망루와 소방사이렌(왼쪽). 오른쪽 사진은 망루 옆에 사이렌을 복원해 설치한 모습. ⓒ안성소방서 제공

경기도에 단 두 곳만 남아 있는 소방망루인 안성시 소재 망루에서 50여년 만에 다시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물이 재탄생하는 것으로 안성시민 뿐만 아니라 도민들에게 추억의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물 옥상 16m 높이 안성소방대 망루에 에 설치됐던 사이렌은 통신시설이 빈약했던 1980년대 이전에 화재와 홍수 등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이것을 시민들에게 동시에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사이렌 소리를 들은 소방대원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가 일손을 놓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었고, 주민들에게는 위험 상황을 알리거나 대피할 수 있도록 경보를 발령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던 공용시설이었다.

이후 1970년대부터 모터 방식의 사이렌이 전자식 사이렌으로 교체되고 각종 통신수단이 확대 보급되면서, 소방대의 모터사이렌 소리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소방대 청사를 새롭게 건축하면서 소방 사이렌 탑도 대부분 철거해 전국적으로도 현재 20여개만 남아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1977년 6월에 세워진 안양소방서 망루가 경기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그 사라진 기억을 되살린 것은 경기도 119 특수대응단 소속의 직원들이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화성의 서신소방대가 사용하던 고장난 모터사이렌이 방치돼 녹슬고 있던 것을 보고 복원을 시작한 것이다. 대원들은 사이렌을 완전히 분해해 수리했고, 노력끝에 작동이 가능하게 됐다.

대원들은 여기에 1960년대의 사이렌 탑도 원형대로 복원해 안성 소방망루 옆에 설치함으로써 추억의 명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50여년 만에 다시 울려 퍼진 사이렌 소리는 안성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특히, 과거 사이렌 소리를 기억하는 주민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안성시 의용소방대장 이병주(64세) 씨는 "초등학교 시절 화재 사이렌뿐 아니라 정오를 알려주는 시보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자랐는데 50년 만에 다시 그 소리를 듣고 나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묘한 기분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인철 안성소방서장은 "특수대응단 직원들이 안성 소방망루 옆에 사이렌 탑을 복원해 설치하면서 경기도에 단 2개만 현존하는 소방망루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라며 "앞으로 소방망루와 사이렌 탑이 소방 통신 발달사를 증명해 주는 중요한 향토 문화자료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향후 안성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사이렌 복원을 계기로 지역의 소방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가면서, 안성소방대 망루를 경기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추진해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