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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문 열어두고파”…소박하지만 풍성한 안동 ‘학수네 책방’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5.02.07 14:00 수정 2025.02.07 14:0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책방지기의 이야기⑱] 경상북도 안동 학수네 책방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한옥집 개조한 학수네 책방만의 ‘감성’


안동시 태화동의 골목 안을 찾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학수네 책방은,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만큼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책방 이름이 작게 적힌 작은 간판을 따라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하지만 따뜻한 공간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2020년 곽명희 책방지기가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열게 된 공간으로, 한옥을 개조해 만든 서점이다. 당시만 해도 금요일에만 독자들에게 문을 여는 ‘금요 책방’으로 운영됐지만,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이 늘어나며 지금은 곽 책방지기의 생업이 됐다.


마당에서부터 책으로 가득한 이 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완벽한’ 공간이 되고 있다. 소설부터 그림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마당과 책방 내부를 꽉 채우고 있으며, 앉아서 책을 읽고, 또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도 한 편에 따로 마련돼 있다. 작은 문을 열면 이어지는 다락방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곽 책방지기가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 만들어진 책방인 만큼, 책을 사고 또 읽으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때로는 ‘대관’을 통해 늦은 밤까지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기도 한다.


여느 서점과는 사뭇 다르지만, 한옥 구조를 그대로 살린 학수네 책방만의 특별한 감성도 있다. 곽 책방지기는 “한옥 카페들도 많지만, 그런 세련된 곳들과는 조금 다르다. 오래된 한옥집을 최대한 손대지 않고 살렸다. 옛날 문살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그대로 뒀다. 내가 워낙 ‘옛날 것’을 좋아한다. 다락방엔 난방도 되지 않아 겨울엔 머무르기 추울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 이런 점을 오히려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옛날에는 이런 집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없어지고 있지 않나. 오히려 좋아해 주시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책 추천부터 행사 주도까지…독자들과 함께 완성하는 학수네 책방


책방 내부도 학수네 책방만의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작은 한옥집을 다양한 책들이 꽉 채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형 서점처럼 많은 책들을 가져다 두지는 못한다. 많으면 세 권, 보통 한, 두 권 정도씩만 들여오고 있다”고 현실을 짚은 곽 책방지기는 “안 팔리면 내가 읽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한 권씩, 한 권씩 채워 넣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추천해 준 좋은 책을 들여오기도 하면서 ‘함께’ 책방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컸다. 곽 책방지기도 함께 참여 중인 3년째 이어진 책 모임을 비롯해, 새롭게 모집 중인 또 다른 모임까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학수네 책방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곽 책방지기는 “벼룩시장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하는데, 그때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더라. 손님들이 헌책을 가지고 와 주시고, 또 헌 옷을 함께 나누기도 하는데, 그때 알음알음 연결된 분들이 호응을 많이 보내주셔서 저도 놀랐다”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장수정 기자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곽 책방지기도 ‘성장’ 중이었다. “원래 만화책을 좋아했었다. 책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저보다 책을 많이 아는 책 모임 친구들과 함께하며 제가 배우고 있다”고 말한 곽 책방지기는 “처음엔 책 모임을 하는데, 완독을 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한 번 완독을 못 한 적도 있다. 남들 앞에서 책을 읽고 의견을 말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지금은 책 모임 친구들도 ‘많이 컸다’고 장난처럼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한다”면서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오기가 더 쉬웠다는 사람도 있더라.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지금처럼 ‘꾸밈없이’ 손님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책 모임 친구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어디서 그런 친구들을 만나겠나”라고 말한 곽 책방지기는 학수네 책방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오래’ 남기를 바랐다.


“지금 학수네 책방을 찾는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지치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계속 문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책 모임도 이어지는 것이지 않나. 꾸준히 버티려고 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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