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으로 신약 개발 효율 높이는 AI
보안 우려에 잇따라 中 생성형 AI ‘딥시크’ 차단
“자체 AI 플랫폼 사용해 큰 우려는 없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인공지능(AI)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은 물론 대기업까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며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보 유출을 우려한 제한적 조치 또한 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LG AI 연구원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난치병 신약 개발을 새로운 사업 먹거리로 선정하고, 바이오에 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당초 LG그룹의 계획이 가시화 된 것이다.
LG그룹은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는 AI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기존 LG전자의 기술력을 활용해 바이오 산업 육성 속도를 올린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A(AI)·B(바이오)·C(클린테크)를 강조하며 AI와 바이오 결합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난치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 개발’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는 등 바이오 산업 육성에 의지를 드러냈다.
신약 개발까지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AI는 획기적인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할 경우 개발 비용은 기존 2~3조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개발 기간도 평균 10년 이상에서 5년 안팎으로 단축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AI 의료 시장은 2024년 209억달러에서 2029년 1484억달러로 연평균 48%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창기 AI 신약 개발엔 글로벌 제약·바이오 3700여개 업체가 뛰어들었으나, 현재는 800개 업체가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AI 플랫폼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년 전부터 AI 바이오 마커 발굴 및 질병 예측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셀트리온은 최근 AI 신약 개발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이 공동으로 출자한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지난해 12월 미국 바이오 기업인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에 투자했다.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은 생성형 AI 및 머신 러닝 등을 활용한 단백질 디자인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JW중외제약과 대웅제약, 유한양행이 AI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 관심도 1위로 선정된 JW중외제약은 올해 독자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러버’를 구축해 10여개의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주얼리와 클러버를 통합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본격 가동하며 AI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대웅제약은 자체 신약 개발 AI 플랫폼 ‘데이지’를 활용해 비만, 대사, 항암 등 8개 분야 후보물질 발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유한향행 또한 AI 모델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온코마스터, 휴레이포지티브와 포괄적 공동연구 협력개발을 맺었다.
그러나 AI 영향력이 커지는 동시에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신약 개발의 경우 아주 작은 정보까지도 특허와 관련돼 있을 만큼, 산업의 폐쇄성이 높은 분야기 때문이다.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중국 생성형 AI ‘딥시크’의 사용을 금지하는 제약사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웅제약은 정보 유출 예방을 위해 임시적으로 딥시크 접속을 차단한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입각해 임직원 업무 PC에서 딥시크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유한양행도 보안상의 이유로 딥시크와 챗GPT 등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제약 업계는 AI 활용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정보 보호 차원에서 딥시크 등 중국 AI 사용을 차단한 것”이라며 “신약 개발 부분의 경우 적극적으로 AI 도입을 권장하고 있고, 자체 AI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